러시아, 지난해 미 대선 당시 페이스북 광고로 인종·종교 분열 '부채질'
【필라델피아=AP/뉴시스】지난 5월16일 필라델피아에서 한 아이패드 화면에 페이스북 로고가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은 15일 테러 관련 콘텐츠가 페이스북에 게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AI)을 동원해 테러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2017.6.16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페이스북에 오른 3000여건의 러시아 관련 광고들은 인종 및 종교 등 미 사회 문제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인권운동단체인 블랙라이브스매터(Black Lives Matter)와 같은 단체들이 정치적 위협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하는 광고도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페이스북은 이런 광고 관련 자료들을 이미 수사 당국에 전달했으며, 미 의회에도 제출할 예정이다.
WP에 따르면 러시아 요원들은 정치적,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페이스북의 기능을 활용해 미 종교단체들간에 불화를 씨를 뿌리려고 노력했다. 일부 광고에선 무슬림 여성들이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타깃이 분명한 메시지는 미국의 정치 담론을 모방해 정교하게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치도록 되어 있었으며, 이미 서로 경계를 하고 있는 단체들 간에는 긴장감을 높이도록 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중인 미 상·하원 정보위원회는 수주 내에 페이스북에 게시된 러시아 관련 광고를 검토할 계획이다. 미 상원 정보위 마크 워너(민주·버지니아) 부위원장은 "그들의 목적은 혼란을 심는 것이었다"며 "많은 경우 투표율을 높이기보다는 유권자의 (투표를)억제하려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 하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애덤 쉬프 하원의원은 일반 대중이 러시아의 광고 캠페인을 검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미국인들이 대표적인 광고들을 보고 러시아인들이 어떻게 우리사회에 분열의 씨를 뿌리고 냉소를 조장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쉬프 하원의원은 아직 페이스북 광고를 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연방수사국(FBI)는 러시아와 관련된 허위 정보를 지난 수개월간 추적한 끝에 최근 페이스북에 게시된 러시아 관련 광고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페이스북은 러시아 요원들이 최소 470개의 가짜 페이스북 페이지와 계정을 사들이는데 최소 10만달러를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있었던 러시아 관련 광고의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WP는 러시아 요원들의 이 같은 방식에 대해 냉전시대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이 없었던 옛 소련시대 신문에 광고를 내거나 전단지에 게시물을 올리고, 관련 모임을 조직하는 방법 등으로 여론을 왜곡했던 것처럼 이제는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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