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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의 승리"…노르웨이, 모피산업 전면 금지

등록 2018.01.16 14: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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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마르코 비자리 구찌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LCF)에서 열린 '2017 케링 토크(Kering talk)' 프로그램에서 내년부터 ‘모피 프리(Fur free)’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비자리는 이 자리에서 “이번 조처는 우리 사업의 본질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우리의 절대적인 책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구찌의 겨울 컬렉션의 한 장면. <출처: 가디언>

【서울=뉴시스】마르코 비자리 구찌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LCF)에서 열린 '2017 케링 토크(Kering talk)' 프로그램에서 내년부터 ‘모피 프리(Fur free)’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비자리는 이 자리에서 “이번 조처는 우리 사업의 본질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우리의 절대적인 책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구찌의 겨울 컬렉션의 한 장면. <출처: 가디언>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노르웨이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모피 농장을 전면 폐쇄할 방침을 발표했다.

 15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정부는 이날 "모든 모피업을 금지하겠다"며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해 2025년에는 전부 문을 닫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솔베르그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반(反)모피를 기치로 내세운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하면서 합의한 사안이다. 의회의 찬반 투표 절차가 남았지만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수월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는 모피업을 전면 금지하는 14번째 유럽 국가가 될 전망이다. 한 때 최대의 모피 생산국이었던 노르웨이마저 동물권이 부상하고 페이크퍼(가짜모피)가 대안으로 떠오른 시대의 흐름을 따르게 됐다는 얘기다.

 노르웨이에는 약 340개 모피 농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곳에서 연간 100만 마리의 여우와 70만 마리의 밍크가 모피 생산을 위해 사육되다 목숨을 잃는다.

 생산업계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르웨이 모피 생산자협회의 구리 웜달은 "우리는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의 중심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에는 동물복지에 대한 엄격한 규정에 따라 운영되는 200여개의 모피 농장이 있고 여기에 약 400명이 고용 돼 있다"며 "연간 매출액은 4400만달러(약 467억7200만원)에서 6300만달러(약 669억8160만원)다"고 호소했다.

 반대로 동물권리 운동가들은 이같은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노르웨이 동물보호단체 NOAH는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도 점차 호소력이 감소하는데다 시대에 뒤떨어진 잔인한 사업을 금지하는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르웨이 의회에서도 다수의 지지를 얻을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의 루드 톰브로크 사무총장은 "우리는 노르웨이 정부의 확실한 약속을 볼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모피 농가들이 2024년 시한 이전에 자발적으로 사업을 접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피를 목적으로 동물이 사육되는 공장 환경은 불합리하고 잔인하다"며 "끔찍한 상태로 생을 마감하는 소형 케이지에서 연간 백만 마리의 밍크와 여우를 구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소비자들은 피 묻은 모피 산업에 등을 돌리고 있다"며 "노르웨이 정치인들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피 금지 국가 목록에 이름을 올려 노르웨이 국경 내에서 잔인한 모피 농업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정부보고서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모피 농업은 1939년 약 2만개의 농장이 성업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세계 제2의 생산국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전 세계에 유통되는 여우털 중 3%, 밍크털 중 1%를 생산하는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더 이상 모피 산업이 노르웨이의 유망 산업이 아니다"며 "전면 금지한다고 해서 노르웨이 경제에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동물권 상승으로 인한 모피 산업 중단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해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구찌에서 모피 사용을 중단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체코, 덴마크, 네덜란드,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영국 등에서 모피 농업 금지령이 도입됐고,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는 금지령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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