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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삭 주저앉은 52년 건물…'노후+충격' 복합 작용?

등록 2018.06.04 18: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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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서 떨어져 건축자재에 깔릴 상황 모면

주민들 "주변 공사장 발파 영향으로 무너져"

전문가 "붕괴 징후 있었는데 빨리 조치 못해"

"재건축 앞둔 건물이라 관리 소홀 복합 작용"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18.06.04.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18.06.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예슬 남빛나라 기자 = 지난 3일 낮, 4층짜리 건물이 그야말로 '폭삭' 주저앉으면서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거주민 1명이 경상을 입는 것 외에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저층에 사람이 많았다면 건축자재에 깔려 사상자가 크게 늘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이 사고로 식당 종업원 이모(68·여)씨가 팔과 다리에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이 건물엔 이씨 혼자 있었다.

 이 건물 1층엔 칼국숫집과 고깃집이 있다. 평일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을 시간대에 건물이 붕괴됐다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됐을 일이다.

 이씨는 4층 거주자다. 건물이 어디서부터 무너졌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꼭대기에 살았던 것이 목숨을 구한 가장 주효한 이유가 됐다.

 건물이 1층부터 차례로 무너졌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어디서부터 붕괴가 시작됐는지 찾고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저층부일수록 하중을 더 많이 받고있기 때문에 밑에서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높긴 하다"면서도 "중층에 구조적 문제가 생겨서 중간부분부터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영규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도 "아랫층부터 무너졌다고 단정짓긴 어렵다"며 "세계무역센터만 해도 중간 층에서부터 손상이 시작돼 연쇄적으로 붕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느 층에서부터 붕괴가 시작됐든 이씨가 가장 윗 층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양의 건축자재가 이씨의 몸 위로 떨어지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4층 건물이 무너져 출동한 소방대원이 중장비를 동원한 건물 잔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거주하던 주민 1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으며 건물 인근에 주차된 차량 4대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2018.06.03.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4층 건물이 무너져 출동한 소방대원이 중장비를 동원한 건물 잔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2018.06.03. [email protected]

주민들은 건물 붕괴의 원인으로 근처의 대규모 공사장을 들었다. 인근에서 주상복합 건설이 시작된 이후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등 이상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공사 현장과 멀지 않은 식당의 주인은 "우리 가게에는 벽이 갈라지는 현상도 나타났다"며 "공사 현장의 발파 작업
영향인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 건물 1층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던 정모(32)씨는 4일 "공사로 인해 건물붕괴와 지반침해가 발생한 것 같은데 이것이 사실인지 구청에 민원을 넣을 생각"이라며 "용산구청과 서울시는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히 조치해 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견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재개발구역에 묶인 노후 건축물인데다 외부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붕괴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상가건물은 재개발 연기에 철거 시점을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1966년에 지어졌고 재개발 사업은 7년 전인 2011년부터 추진됐다. 조합은 건물을 철거하려 했지만 최근 시공사 입찰이 유찰돼 철거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주 교수는 "용산이 최근 몇년 내 개발이 많이 되다보니 주변 공사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다"며 "공사로 인한 진동이 절대적 원인이라 할 수는 없지만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은 있다"고 봤다.

 그는 "재건축을 앞둔 건물이라 유지 및 보수와 관련해 집중 관리를 못한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18.06.04.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18.06.04. [email protected]

이 교수도 "발파 등과 직접적인 상관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건물이 이미 구조적으로 취약해진 상태에서 겨우 겨우 버티다가 붕괴됐을 가능성은 있다"며 "다만 이런 부분은 인과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건물 입주 상인들은 해당 건물에서 '벽 갈라짐', '벽 부풀어 오름' 등의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 주민은 이에 대해 용산구청에 사진을 포함한 민원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구청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있고 곧 철거될 건물이라 위험시설물로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건물에 구조적 문제가 생겼다면 문이 잘 안 열린다거나 엘리베이터가 작동할 때 파열음이 생기는 등 여러 징후들이 있다"며 "(민원 등)공식적으로 문제 제기가 됐다면 건물 붕괴 우려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주민들 말처럼 배부름 현상이 일어났다면 건물 안쪽에서 또 다른 손상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예후가 있었던 것 같은데 빨리 조치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시는 건물 붕괴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이날 재개발·재건축 구역 노후건물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사고를 계기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등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재건축·재개발조합 표준정관에 안전관리 의무조항을 신설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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