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전·현직 대법관 기소 제외 왜…"주도 안했다"
권순일 현 대법관·차한성 전 대법관 포함 안돼
일제 강제징용 소송 및 법관 인사 불이익 의혹
본격 범행전에 퇴직·보직변경 '이탈' 상황 고려
사법농단 관여 전체 재판 공소 유지도 감안해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지난해 10월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 한국승강기안전공단, 한국정보화진흥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일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공무원연금공단 등의 국정감사에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참석해 앉아 있다. [email protected]
시기와 가담 정도 등에 비춰봤을 때 현 단계에서는 두 전·현직 대법관이 사법 농단 범행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핵심 근거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사법 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10명을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애초 기소 여부가 주목됐던 권순일 현직 대법관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전직 대법관으로서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차한성 전 대법관도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권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의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 및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라 불리는 인사 불이익 정황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차 전 대법관 또한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했을 당시 청와대와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는 것을 논의하는 등 '재판 거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두 전·현직 대법관이 당시 위치에서 보고 라인(체계)에 놓여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범행이 구체화돼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 이전에 퇴직하거나 보직이 바뀌었다는 점을 고려했다. 본격적인 범행이 진행되기에 앞서 이들이 그 과정에서 '이탈'했다는 취지다.
【서울=뉴시스】차한성 전 대법관이 지난 2014년 3월3일 오전 서울 서초대로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DB)
지난 2014년 3월 퇴직한 차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강제징용 재판 고의 지연이 본격화되기 직전 퇴직했다는 점이 고려됐다. 검찰은 모의 등 초기 관여 부분을 포함해 차 전 대법관을 기소하기에는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양 전 대법원장 시절 각종 사법농단 의혹의 관련자들 전체에 대한 재판 공소유지 차원에 비춰봤을 때 이들에 대한 기소 여부가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범행이 본격화되기 이전 단계에서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조사된 이들을 분리해 기소할 경우 전체 사건 공소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검찰은 두 전·현직 대법관에 대해 최종적인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등의 상황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개입이 구체적·적극적임을 입증할 추가 증거가 확보될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