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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평화시장 상인들, 화재 현장 첫 방문…"다 버려야겠네"

등록 2019.09.26 19: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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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4~7층 입주 상인들 조별로 현장 방문

구청·경찰 입회 아래 영업장부, 귀중품 챙겨

발화 지점 3층은 통제…경찰 추가 조사 진행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지난 24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중구 제일평화시장 의류상가 건물이 통제되고 있다. 불은 22일 0시30분께 발생해 약 16시간 만에 꺼졌다. 2019.09.2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지난 24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중구 제일평화시장 의류상가 건물이 통제되고 있다. 불은 22일 0시30분께 발생해 약 16시간 만에 꺼졌다. 2019.09.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류인선 수습기자 = 26일 서울 중구 신당동 제일평화시장 의류상가에서 화재 발생 4일 만에 상인들의 첫 현장 방문이 이뤄졌다. 지난 22일 화재 이후 상인회 차원에서의 방문은 있었으나, 개별 상인들이 매장을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가 4~7층에 입주했던 상인 약 230명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부터 화재 현장을 찾았다. 이날 출입은 임시로 이뤄진 조치로, 상인들에게 급한 물품만 챙겨나오는 것이 허용됐다.

이날 현장 방문은 도난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구청과 경찰 입회 아래 진행됐으며, 상인들은 입주 층별 5~6명 단위로 조를 나눠 마스크와 안전모를 쓰고 건물 내부에 오가기를 반복했다.

상인들은 불에 그을린 일터의 모습에 한숨을 쉬면서 영업장부와 귀중품 등을 챙겨 나왔다. 상품들 위에는 재가 가득했고, 상인들은 굳은 표정으로 연신 피해를 기록하거나 영업장부 등 필요한 물품을 챙겼다.

상인들이 오가는 동안에도 건물 내부에서는 곳곳에 남은 재와 유리 조작을 정리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화재 현장에서 상인 문모(41)씨는 울상을 지으며 "4층은 피해가 작다고 들어 바로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을 보니 그렇지 않다. 물건은 다 버려야 할 것 같다. 장사를 시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30·여)씨는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게 사업자등록증, 장부, 현금뿐이라고 들어서 마음이 급하다"면서 서랍을 뒤져 장부 몇권을 손에 들었다.

매장을 돌아본 뒤 정모(47·여)씨는 "예상보다 상태가 좋지 않아 착잡하다"며 "옷을 버리고 인테리어도 모두 새로해야 한다"고 탄식했다.

교대로 건물을 오간 상인들은 서로 내부 상황을 공유하면서 “생각보다 냄새가 심하다"며 걱정했다. 고모(72)씨는 "모피를 걸어뒀는데 그 위로 먼지가 다 쌓였다. 다 못쓰게 돼서 못해도 1억5000만원 정도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거래 내역을 확보하고 상황 파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어 피해 복구 지원 차원에서 4~7층을 잠시 개방해 급히 필요한 물품만 챙겨 나올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내일은 안전 상황에 따라 지하 1층과 지상 1~2층 상인들이 현장 방문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화 지점로 지목된 건물 3층은 통제된 상태로 이날 경찰의 추가 조사가 진행됐다.

이날 서울 중부경찰서는 3층 현장을 찾아 별도 조사를 진행하면서 폐쇄회로(CC)TV 확보 등 작업을 전개했다. 중부서는 이번 화재 사건 경위 파악을 위해 제일평화시장 화재 전담팀을 꾸린 상황이다.

경찰은 현장 조사 이외에 해당 건물에서 공사하던 인부 등 관련자, 목격자 등에 대한 인적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화재 발생 및 확산 경위에 건물 설계 또는 관리 차원의 영향이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계획이다.

불은 지난 22일 오전 0시39분께 제일평화시장 7층짜리 의류도소매 상가 건물 3층에서 시작됐다. 당시 3층에서 타일공사를 하던 인부 2명은 자력 대피했고, 6층에서 구조된 상인 2명은 연기를 들이마셔 현장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불길은 같은 날 오전 1시41분께 처음 잡혔지만, 옷가지 등에 불씨가 옮겨 붙으면서 진화작업이 16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중부소방서 소속 소방관 3명이 경상을 입는 등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은 24일과 25일 두 차례 합동감식을 하고 발화 지점으로 압축된 3층에서 확보한 자료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분석을 의뢰했다.

한편 상인들은 23일부터 제일평화시장 맞은 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광장에 설치된 천막에서 임시 판매대를 만들어 영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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