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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달아오르는 서울 집값…전문가 "보합권 탈출 쉽지 않다"

등록 2019.09.28 07: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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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기점, 상승폭 넓히며 보합권 탈출 시도

넷째주 기준 0.06% 상승, 13주 연속 오름세

전문가들 서울 부동산 시장 상승 압력 유지 전망

집값 상승 이유…"설익은 정책" vs "저금리 기대감"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11주 연속 이어진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아파트 매물 가격이 게시돼 있다.  2019.09.15.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11주 연속 이어진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아파트 매물 가격이 게시돼 있다.   2019.09.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서울 집값이 추석을 기점으로 상승의 보폭을 넓히며 보합권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6% 상승해, 전주(0.03%) 대비 변동 폭이 2배로 커졌고, 정부 규제 예고에도 13주 연속 오름세다.

가을 이사 성수철을 맞아 서울에 주택 수요가 늘어난 데다, 장기간 유지된 저금리 기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증시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중에 1000조 원에 육박하는 부동자금이 떠도는 데다 추석 이후 연말까지 6조6784억 원 규모, 내년에는 45조 원 규모의 토지 보상까지 예고돼 시장은 여느 때보다도 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부가 잇단 규제 정책이 내놨지만, 오랜 기간에 걸친 학습효과로 약발이 오래 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 탓에 추석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에 상승 압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정부가 집값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변수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은 시간 문제고, 일부 전문가들은 만약 시장의 과열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추가 규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또 여전히 유효한 강력한 대출 규제와 무역갈등, 내수침체 등 경기 침체 우려로 구매력이 약화돼 추격 매수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보합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급등 어렵고, 보합권 탈출도 쉽지 않아"

28일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같은 서울 집값 급등세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저금리 상황임에도 강력한 대출 규제가 시행 중인 데다 경기 상황마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강보합)은 "추석 직후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 폭이 확대(0.03→0.06%·한국감정원 기준)된 것은 사실이나 지난해처럼 단기 급등 장세로 전이되기는 매우 제한적인 시장 환경"이라고 밝혔다.

함 랩장은 "부동산 계절적 성수기인 데다 금리 인하와 청약 광풍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감이 올라가면서 집값이 떨어지기 힘든 환경이 됐다"면서도 "경기 상황도 썩 좋지 않고, 정부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에 임대료 상한제 등으로 집값 안정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강보합)은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은 맞지만 버블로 가고 있다"면서 "시장 과열 시 재건축 연한 40년으로 확대, 고가 1주택 양도세 장기특별공제 축소 등 여러 대책이 나올 수 있어 시장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강보합)의 경우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가격과 공급을 통제하고 나서자 이에 대한 반발로 서울 집값이 오름세지만, 대출 규제가 강력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보합)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재건축 아파트값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견조한 상승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정부 규제 영향에 일시에 오르거나 뚝 떨어지는 등 변동성 높은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용 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장(보합)도 "집값이 추세적인 상승을 이어가려면 추격 매수세가 나와야 하는 데 현재로서는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현재 서울 일부·지역 단지 집값이 올랐지만 전체를 봤을 때는 여전히 지난해 대비 안정세고,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 상승 원인…"설익은 정책 빌미" vs "상한제 비난 과도"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을 놓고는 갑론을박이다.

일부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민간 확대 등 설익은 규제가 시장에서 역효과를 일으켰다고 본다.

권대중 교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발표가 결정적"이라며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집값 오름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위원은 "이미 재건축 시장에 초과이익 환수제, 안전진단 절차 강화 등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 상한제 확대에 따른 공급 부족 전망은 실체가 없다"면서도 "시장 참여자들이 갖고 있는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심리가 저금리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만나 집값 상승세를 견인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이준용 부장은 정책 요인보다는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치는 상황에서 저금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 가장 주효했다고 봤다.

이 부장은 "국내 은행들이 그동안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왔으나, 기대와 달리 미국이 오히려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자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금리가 하락 중"이라면서 "반면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유가증권시장의 수익률은 급격하게 낮아지니 상대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고가 주택의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 부장은 "지금은 연초 대비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진 데 따른 조정기를 겪고 있는 것"이라면서 "추세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덕례 실장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일부 고가 아파트 단지들이 실거래 되면서 시장을 리딩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 "상승률이 물가 인상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거래량도 평년보다 많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에 '상승 전환'보다는 '하락 중단'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양가상한제 이후…"단기 하락 불가피" vs "영향 적어"

앞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시 나타날 시장 영향도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대상 지역과 적용 시점이 확정되지 않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장이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국토교통부가 정책 시행을 강행하더라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준용 부장은 "부동산 시장이 규제의 범위나 강도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해프닝으로 끝날지, 시장이 급격하게 불안정해질지 알 수 있다"면서도 "규제 도입 후 2개월(11~12월)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수도권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함영진 랩장도 "분양가상한제가 집값을 떨어뜨리기에는 여러 경로를 거쳐야 한다"면서 "제도가 시행이 된다고 해서 기존 주택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서울 집값은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오름세를 이어가겠지만 대출규제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면서 "또 일부는 시장 선반영이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박원갑 위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다면 재건축 가격은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고, 최근 신축도 단기간에 너무 올라 위험할 수 있다"면서 "최근 단기 급등세에 섣부르게 나설 경우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일부 전문가는 시장을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는 언제 어느 시점에 도달해서는 또다시 집값 급등락이라는 부작용이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김덕례 실장은 "분양가가 낮아지고, 재건축 단지 아파트값도 내려 단기적으로는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강남권 특정 지역, 특정 단지의 지나친 청약 과열, 임차 수요 증가로 전월셋값 반등 가능성, 재건축 사업 위축에 신축 아파트값 강세 등 수많은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장기적으로는 정비사업 지연, 1대 1 재건축 등으로 일반공급이 줄어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위축돼 집값 급등을 유발하거나, 반대로 건설업과 부대산업 경기 위축에 따른 실업 또는 인력 구조조정 등이 나타나면 급락하는 장세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정부가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에서 벗어나 시장의 변동성을 줄일 정책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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