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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창고로 변한 기내식 센터..."생산량 95% 감소, 회사 떠난 직원 1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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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02 13:58:00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 현장 르포
기내식 생산량 7만8000개→3700개 급감
인천기내식센터 협력사 직원 1000명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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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고범준 기자 = 2일 오전 인천 영종도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에서 한 관계자가 미주로 향하는 비행기의 기내식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3월 하루 80000식의 기내식을 만들던 이 센터는 현재 하루 2900여식만 생산하고 있다. 2020.04.02.

 photo@newsis.com


[인천=뉴시스] 고은결 기자 =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없었어요. 10년 전 정년퇴직한 분들도 2만식만 만든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2일 오전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에서 만난 김세용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 수석은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하늘길이 끊기자 항공사들은 줄줄이 국제선 운항을 멈췄다. 비행기가 뜨지 않자 당연히 기내식 생산량도 곤두박질쳤다.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는 지난해 일 평균 7만8000식의 기내식을 생산했는데, 코로나19 사태에 3월 마지막 주 일 평균 기내식 생산량은 3700개 수준에 그쳤다. 기존 생산량에서 95% 이상 줄어든 셈이다.

평소같으면 200명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기내식 음식을 그릇에 담고 있을 '디쉬업' 작업장도 한산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오전, 오후, 심야 3번에 걸쳐 하루에 총 300여명이 땀방울을 흘리는 일터였다. 요즘은 생산량이 극미해 오전에만 30명 정도가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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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 운행이 급감한 2일 인천 영종도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4.02.

 photo@newsis.com


완성된 기내식을 보관하는 냉장실에도 기내식이 올려진 트레이는 드물고 냉기만 돌았다. 평소에는 냉장실 면적의 80%가 기내식을 차곡차곡 담은 카트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기내식을 트럭으로 기내식을 옮겨 담는 아웃바운드 도크(dock)에는 텅 빈 밀카트들만 빼곡히 쌓여 있었다. 김 수석은 "카트 놓을 곳이 없을 지경"이라며 "이걸 쌓는 심정이 어땠겠는가"라고 탄식했다.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의 기내식 생산량이 1일 1만식 밑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이같은 생산량 급감은 회사에서도 예상치 못했다. 당초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쇼크로 일 평균 기내식 생산량 2만식을 마지노선으로 봤다. 그러나 3월 첫째 주에 바로 마지노선이 무너졌고, 일주일 뒤에는 1만식 밑으로 떨어졌다.

대한항공 기내식을 공급받는 항공사도 24곳에서 진에어, 가누다항공 2곳으로 줄었다. 평소에는 인천 기내식 센터에서 기내식을 보내는 국제선 항공편이 200편 정도였는데, 2일 기준 기내식을 보내는 항공편은 대한항공 12편을 포함해 14편뿐이다.

생산량이 감소하며 직격탄을 입은 곳들은 6개의 협력사들이다. 협력사들은 잇달아 유·무급휴직, 권고사직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항공업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발 실업대란이 기내식 부문에선 일찌감치 현실화된 것이다.

김 수석은 "공항 특성상 장기 근무자들이 많은데, 나이순으로 권고사직을 해 나가는 장기 근무자들은 울면서 나간다고 한다"며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이 끝나고 사업량이 회복됐을 때 제일 먼저 채용하겠다고 설득 작업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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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빠진 2일 오전 인천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 냉장실이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2020.04.02. bjko@newsis.com

그렇게 떠난 협력사 직원들이 약 1000명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약 1300명의 협력사 직원들이 출근했는데, 이번 주 출근 인원은 350명 수준이라고 한다.

김 수석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는) 신종 플루가 유행할 때와 비교가 안된다. 메르스도 짧지 않았느냐"라며 "경험해보지 못한 수치로, 예측할 수 없는 수준까지 (생산량이) 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나마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는 대한항공이라는 모기업이 있다. 인천공항에서 기내식 사업만 단독으로 하는 곳들은 더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한다. 현재 인천공항 인근에는 대한항공, 게이트고메코리아 등 총 4개 업체가 기내식 생산을 하는데, 지난주 일 평균 생산량은 6000식에 그쳤다.

기내식 업체들이 처한 어려움을 당장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생산량 증대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국제선 운항률과 항공여객수가 반등해야 뒤따르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불가항력적 난관에 처한 상황에서 업계는 정부의 지원 외에는 숨통을 트일 길이 없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식 생산기지의 현 상황은 힘겨운 항공사들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며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항공사도 살고, 협력업체에 대한 적극적 지원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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