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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고존엄 모독' 대북전단에 발끈…남북관계 또 시험대

등록 2020.06.04 10: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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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당 제1부부장 담화…"남측, 대북전단 조치하라"

"개성공단·연락사무소 폐쇄, 군사합의 파기 각오해야"

전문가 "코로나로 민심 안 좋고 주민 통제 주력 상황"

"남측 아픈 부분 찌르며 압박…전단 살포 자제 필요"

"관계 개선 조건 제시, 南정부 의지 테스트" 측면도

[서울=뉴시스]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5월 31일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 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2020.06.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5월 31일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 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2020.06.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북한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강력 반발하며 남측 당국이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면서 남북관계가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4일 담화를 통해 탈북민들이 지난달 31일 전방에서 대북전단을 날려보낸 것과 관련해 남측이 이런 행위를 방치한다면 최악의 국면을 내다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들을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 추물", "사람 값도 들지 못 하는 쓰레기", " 똥개", "오물"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나는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며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는 남측 당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김 제1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중지키로 한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을 언급하며 남측이 합의 이행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 2조 1항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중지하기로 한 바 있다.

김 제1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와 같은 악의에 찬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방치돼선 안 된다며 남측의 반박 논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도 했다.

【연천=뉴시스】이종구 기자 = 북한이 경기 연천 지역에 10일 오후 4~5시 사이 두 차례에 걸쳐서 풍선에 매달린 대북 전단(삐라)을 향해 14.5mm 고사총 60 여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북한군이 쏜 수십여발 가운데 한발이 연천 중면 면사무소 앞 마당에 박혀 있는 모습. 2014.10.10.  leejg@newsis.com

【연천=뉴시스】이종구 기자 = 북한이 경기 연천 지역에 10일 오후 4~5시 사이 두 차례에 걸쳐서 풍선에 매달린 대북 전단(삐라)을 향해 14.5mm 고사총 60 여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북한군이 쏜 수십여발 가운데 한발이 연천 중면 면사무소 앞 마당에 박혀 있는 모습. 2014.10.10. [email protected]

이어 대북 전단 살포를 저지할 법을 만들거나 철저히 단속할 것을 요구하면서 "또 변명이나 늘어놓으며 이대로 그냥 간다면 그 대가를 남조선 당국이 혹독하게 치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남측의 조치가 없을 경우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쓸모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 지, 있어야 시끄럽기 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 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 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이중고 속에서 내부 결속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체제 훼손, 최고 존엄 모독으로 민심 이반을 유발할 수 있는 대북전단이 날아오자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북전단 살포 중단이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이며, 남측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북측도 합의 파기까지 갈 수 있다고 압박하며 전단 살포 제재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과거에도 북한은 전단 문제에 강력히 반발해왔지만 9·19 군사합의까지 맺은 상황에서 전단이 살포되자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라며 "코로나 19로 민심이 좋지 못한 데다가 주민 통제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전단은 달갑지 않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양 교수는 "개성공단 폐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지 등은 남측에게 아픈 부분"이라며 "전단 살포가 북한에게 아픈 부분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 우리의 아픈 부분을 찌르며 당국을 압박했다"고 해석했다.

【서울=AP/뉴시스】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2019.03.02.

【서울=AP/뉴시스】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2019.03.02.

북한이 지난 정부 시기처럼 대북전단에 고사총을 쏘는 방식으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지는 않았지만, 남북 군사합의 파기는 4·27 판문점 선언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여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북전단 살포는 법으로 금지하기 어렵고, 단속·제재도 법적 근거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는 이슈다. 이에 양 교수는 "코로나19 영업 자제 명령처럼 사회안전 관련법을 통해 전단 살포를 자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런 조치를 취하더라도 보수-진보 진영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독자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화답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남측을 향해 "남북 합의를 준수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대북정책 동력이나 입지를 약화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북한이 김 제1부부장 담화에서 남북관계 개선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면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조건을 제시하면서 우리 정부의 돌파 의지와 역량을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 제1부부장은 본인 명의로 된 세 번째 담화를 발표하며 높아진 위상을 재확인했다. 그는 지난 3월 청와대 비난 담화에 이어 이번에도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남측을 맹비난했다. 김 제1부부장의 대남 메신저 역할이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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