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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 살포 전격 고발 '北 달래기'…대남 강경 기조 무마될까

등록 2020.06.10 19: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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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단체 2곳 고발 및 법인설립 허가 취소 착수

"법으로 금지" 요구하지만 입법은 시간 오래 걸려

사법·행정권 동원 대북전단 살포 '신속 통제' 나서

南 조치에 北 강경 기조 당장 누그러지진 않을 듯

전단 뿐 아니라 남북 합의 불이행에 총체적 불만

보수진영 "대북 굴종" "저자세" "김여정 하명" 반발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 지성호 의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 참석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북전단 및 북한인권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0.06.08.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 지성호 의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 참석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북전단 및 북한인권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0.06.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정부가 10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 2곳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문제삼으며 남북 통신망을 끊는 등 대남 압박에 나서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일부는 긴급 현안 브리핑을 열고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산하 비영리 법인 설립 허가 취소에도 나서기로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북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에서 콕 집어 불쾌감을 드러낸 단체다. 이 단체는 지난달 31일 경기 김포시에서 대북전단 50만장, 1달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를 대형 애드벌룬(풍선) 20개에 실어 북측으로 날려보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오는 25일에도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전단 100만장을 살포할 계획이다.

큰샘은 지난달 29일까지 총 100회에 걸쳐 쌀을 담은 페트(PET)병을 인천 앞바다에 띄워보냈다. 단체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쌀뿐만 아니라 마스크, 칫솔 등 생필품과 성경이 담긴 USB 등 다양한 물품이 담겼다. 이 단체는 지난 8일 인천 강화군 석모도 인근 해안에서 페트병 보내기 행사를 시도하다 주민, 경찰과 대치 끝에 되돌아 가야 했다.

정부는 이들 단체의 대북전단 등 살포 행위가 남북교류협력법상 '미승인 반출'이라고 봤다. 대북 반출 물품에 대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단체들이 남북 긴장 조성, 접경지역 주민 생명·안전 위험 초래 등으로 공익을 침해하고 있어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법인 허가가 취소되면 잔여재산 처분 등으로 단체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서울=뉴시스]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5월 31일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 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2020.06.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5월 31일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 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2020.06.01. [email protected]

정부가 전단 살포 단체 고발에 착수한 것은 북한의 대남 강경 기조가 심상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남북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언급한 김 제1부부장 담화 발표 닷새 만에 남북간 모든 통신선을 단절했다. 내부적으로 군중집회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대북전단 비난 여론도 대대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은 연일 대북전단 항의 시위, 기고 등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북한은 대북전단을 "최고존엄과 전체 조선인민에 대한 모독"이며 "북남관계 파국의 도화선"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금할 법을 만들라고 구체적인 요구를 한 상황이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지난 5일 담화에서 "남쪽에서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판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 제·개정에는 짧아도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우선 취할 수 있는 대책으로 고발과 법인 허가 취소를 택했다. 대북전단 금지 입법은 그대로 추진하되 일단 사법·행정권으로 통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는 4·27 판문점 선언 2조1항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남북 합의 사항이기도 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군사분계선상에서 상대편을 자극하는 행위를 중지하는 합의는 여러 개 있었지만, 전단 살포가 상대편을 자극하는 행위냐 아니냐 해석이 엇갈렸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은 전단 살포를 명시적으로 확인했고, 전단 살포는 남북 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는 걸 분명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 북한 노동신문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을 규탄하는 청년학생들의 항의시위행진이 7일과 8일 평양시와 각 도에서 있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노동신문에 '자멸을 재촉하는 천하역적무리들에게 무자비한 철추를 내리자'는 제목의 기사에 첨부된 보도사진 모음.(사진=노동신문 캡쳐)2020.06.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 북한 노동신문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을 규탄하는 청년학생들의 항의시위행진이 7일과 8일 평양시와 각 도에서 있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노동신문에 '자멸을 재촉하는 천하역적무리들에게 무자비한 철추를 내리자'는 제목의 기사에 첨부된 보도사진 모음.(사진=노동신문 캡쳐)2020.06.09. [email protected]

이번 조치로 북한의 대남 강경 기조가 당장 누그러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남측을 향한 불만의 원인이 대북전단을 포함해 남북 합의 불이행에 대한 총체적 실망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서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 제기는 판문점 선언, 평양 선언, 9·19 군사합의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남북 간 약속한 일은 해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게 확인되면 (북한이) 슬그머니 접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보수진영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북한은 남한을 적으로 간주하고 남북관계에 파국을 예고하고 있는데, 정부는 유화 제스처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 야권은 정부가 김 제1부부장 담화 발표 4시간여 만에 대북전단 금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김여정 하명법 추진', '대북굴종적 남북관계' 등의 표현으로 맹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통합당은 탈북민 출신 의원들도 소속돼 있어 이번 정부 조치에 더 격하게 반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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