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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이돌→연극 배우 함은정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배울 것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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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28 11:38:10
28:1 경쟁률 뚫고 '레미제라블' 코제트 역 맡아
8월 7~16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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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함은정. 2020.07.28 (사진 =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카메라 앞이든 무대든, 연기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었어요. 게다가 '레미제라블'인데 오디션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아이돌 출신이 미래를 준비하는 행보 중 하나인가 여겼다가 그룹 '티아라' 출신 함은정의 불타오르는 연기에 대한 열정에 깜짝 놀랐다.

함은정이 내달 7~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레미제라블'로 연극에 데뷔한다. 연기에 대해 채워지지 않은 갈증에 달뜬 모습은 마주하는 이의 마음도 소용돌이치게 했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함은정은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국한되지 않아요. 특히 무대는 바로 피드백이 오고, 지금 제가 느끼는 것을 관객분과 동시에 느끼고 생각도 바로 나눌 수 있어 항상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함은정은 '레미제라블'에서 코제트를 맡는다. '판틴'의 딸로 어린 시절 고생하다 '장발장'의 수양딸이 된 뒤 '마리우스'와 결혼하는 인물이다. 청순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캐릭터다.

많은 사람이 함은정을 '아이돌 출신 연기자'인 '연기돌'로 기억한다. 하지만 연기를 하다 아이돌을 겸한 배우라 해야 맞다.

어린 시절 영화 '서편제'를 보러가서 영화 시작 전 무대에 올라가 관객들을 기분 좋은 당황으로 이끌기도 한 함은정은 일곱 살 때던 지난 1995년 KBS 1TV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 카메라 앞에 처음 섰다. 드라마 '토지' 등에 출연하는 잘 나가는 아역이었다.

'댄스 경연대회'를 비롯 끼를 부릴 수 있는 대회가 있으면 출전해서 무슨 상이라도 받아서 내려오는 타입이었다. 티아라로 데뷔하기 전인 2007년 동국대 연극학부에 입학, 일찌감치 끼를 증명했다. 2009년 티아라를 통해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드라마 '커피하우스' '드림하이', 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등에 출연하며 아이돌 가수 겸 배우로서 입지를 구축해왔다. 콘셉트가 분명했던 티아라 무대는 마치 멤버들이 연기를 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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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레미제라블'. 2020.07.28 (사진 = 유한회사 레미제라블 제공) photo@newsis.com
함은정은 "감히 연극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인물을 설정하고 성격을 만들고 캐릭터를 만들어 3분 동안 춤과 노래를 표현하는 과정은 연기에 크게 도움이 됐고 저희도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그럼 티아라는 배우가 되는 과정에서 거쳐가는 과정 중 하나였을까.

함은정은 크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티아라가 제 전부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티아라 활동을 하면서 무대에 열심히 서고, 연기도 열심히 했어요. 하루 하루 주어진 날들에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연극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어릴 때 무대에 오른 적은 있다. 아역 시절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뮤지컬 '피터팬'에 노유민, 다나와 함께 출연했다. 달링가의 맏딸 '웬디' 역을 맡았다. "헐레벌떡했지만 무대에서 짜릿했던 기억을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틈 날 때마다 무대에 도전하고 싶었죠"라고 말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쓴 '레미제라블'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5권 분량으로 출간된, 방대한 양의 '레미제라블' 이야기의 줄기는 크게 세 가지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옥살이를 한 '장발장'이 자신을 평생 추적하는 경감 '자베르'를 피해다니는 궂은 운명의 개인사, 장발장이 자신도 모르게 외면해 위험에 빠뜨린 '판틴'의 딸이자 그의 수양딸인 '코제트'와 혁명군 '마리우스'의 러브스토리 위주의 가족사, 마리우스를 비롯한 '앙졸라' 등 젊은 학생들이 사회의 진보를 위해 벌이는 혁명사 등이다.
 
2시간분량으로 원작을 압축한 연극은 미천하지만 희망을 꿈꾸는 인물들을 그린다. 이런 인물들의 모습에 현재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함은정은 이전까지 축약본을 읽거나 영화 등으로만 접해본 '레미제라블'을 이번 연극 출연을 앞두고 처음 완독했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죠. 저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에요. 단순히 선과 악, 천국과 지옥을 나누지 않고 모호한 지점에서 값진 질문들을 늘어놓는 작품"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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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레미제라블'. 2020.07.28 (사진 = 유한회사 레미제라블 제공) photo@newsis.com
"장발장을 쫓는 자베르가 단순히 나쁜 사람이냐, 고 결론내리기 힘들죠. 저마다 신념과 의지를 갖고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들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질문으로 다가갈 거 같아요."

그런데 최근 영국 BBC 드라마 '레미제라블' 등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코제트가 저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예컨대 지고지순한 모습으로 주로 그려졌던 코제트가 BBC 드라마 '레미제라블'에서는 의사 표현이 분명한,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그려진다.

"저희 연극 대본에도 평소 코제트의 모습과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나와요. 수녀원에서 자란 코제트가 이성과의 만남에서 익숙해하지 않으면서도 호기심이 가득한 모습이죠. 수녀원에서 사랑을 많이 받아 애교도 많고요."

그 중에서도 함은정은 한정된 공간에서 자란 코제트로부터 '결핍'을 읽었다. "그녀에게는 좀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사람들을 만나면서 결핍이 채워지는 거죠. 예쁘고 작은 새가 날아서 휘젓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함은정은 이름값으로 이번 연극에 합류하지 않았다. 젊은 배우 1400명이 지원한 이번 오디션은 실기 심사와 등을 통해 최종 50여명을 선발했는데, 함은정도 모든 과정을 거쳐 뽑혔다. 28대1가량의 경쟁률을 뚫은 셈이다.

"처음에는 오디션 지원 자체가 조심스러웠어요. 제가 해본 분야가 아니었고, 이것만 보고 달려오신 분들 사이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싶었죠. 그래서 함부로 연극을 대하고 싶지 않았어요. 최대한 배우 중 한명으로 보이고 싶었고, 앙상블을 이루고 싶었죠."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함은정은 공부하듯 연극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뽑힌 젊은 배우들과 오현경, 박웅, 임동진 등 원로 배우, 정상철, 문영수, 이호성 등 중견 배우 등 60여명이 이번 무대에 오르는데 "다양한 세대의 배우들이 어우러진다는 것이 우리 연극의 장점"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좋은 선생님, 선배님들이 너무 많으셔서 배우는 것이 많아요. 연습 도중 화술 수업도 해주시고, 학교 다니는 느낌이에요. 워크숍도 많거든요." 이런 어우러짐이 즐겁다며 "제 부캐(부캐릭터)는 조연출"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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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함은정. 2020.07.28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photo@newsis.com
함은정은 이번 연극을 시작으로 뮤지컬 등 무대 연기는 물론 TV 드라마, 영화 등 선이 없이 연기를 해나가고 싶어했다. "친구들과 15분짜리 단편 영화를 만들기도 해요. 제가 꽂히면 저예산 영화도 상관 없어요. 스타일, 장르,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유튜브 채널도 개설한 함은정은 "대중이 보시는 것과 제가 지닌 것 그리도 제가 해나가야 하는 것을 잘 구분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무엇보다 크다.
 
"티아라 때는 음반 콘셉트에 맞춰서 변신에 충실했으면 됐어요. 티아라 색깔이 점차 지워지고 함은정 세 글자는 어떤 색채로 칠해야 할 지 저 자신을 돌아보면서 고민도 했죠. 그런데 그것은 불필요하다는 걸 최근 깨닫고 있어요. 뭘 해도 저는 저니까, 백지의 느낌에서 어떤 색깔로 칠할 수 있을지 기대감을 갖기로 했어요."

마지막으로 코제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코제트야 여행을 해보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데,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배울 것이 많아." 그건 막 연극 무대로 여행을 시작한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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