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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갑 국립암센터 초대원장, '개원칙서'→'재민체' 서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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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06 14:29:01  |  수정 2020-10-06 14:56:08
서울대학교병원 시계탑 건물 복도에 있던
국한문 혼용 '대한의원개원칙서'(1908)' 복원
'함께 쓰고 함께 그리다' 8일 온라인으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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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의원 2층에서 국립암센터 초대원장인 박재갑 서울대 명예교수의 전시회 "함께 쓰고, 함께 그리다- '개원칙서'에서 '한글재민'으로"의 언론공개회가 열렸다. 박 교수가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nam_jh@newsis.com 2020.10.06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1908년이면 한일합방이 되기 2년 전인데 한글 서체의 최고봉에 있던 글자라고 생각한다. 한글 말살 정책이 펼쳐진 1910년 이후에는 한글을 공개적으로 쓰기 어렵지 않았겠나. 이 필체를 우리가 다시 복원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암센터 초대원장 박재갑 서울대 명예교수는 2018년, 무심코 지나치곤 했던 서울대학교병원 시계탑(대한의원) 건물 복도에 있는 '대한의원개원칙서'(1908)에 주목했다. 국한문혼용으로 적힌 칙서였다.

그러다 은퇴 후 다시 보니 "이렇게 품격 높은 글씨체가 요즘에는 왜 안 쓰이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 글씨를 복원해야겠다"며 붓을 잡았고, 전시까지 열었다.

6일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의원 2층에서 선보인 '함께 쓰고, 함께 그리다- '개원칙서'에서 '한글재민'으로' 전시는 박재갑 서울대 명예교수의 혼이 담긴 전시다.  

 '대한의원개원칙서(국한문혼용·한글)', '학부대신께 올리는 글', '역질 관련 영조 윤음', '무오년 독감', '임산예지법' 등 6점이 공개됐다.

이번 전시는 박 교수가 김민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팀과 함께 개발한 한글 폰트 '재민체'로 완성한 서예전이다. 김 교수는 박윤정 겸임교수, 이규선 연구원과 함께 한글과 한자가 혼용된 대한의원개원칙서에 등장한 총 33자 한글 자소를 기반으로 2350자 완성형 디지털 폰트 '재민체'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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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의원 2층에서 국립암센터 초대원장인 박재갑 서울대 명예교수의 전시회 "함께 쓰고, 함께 그리다- '개원칙서'에서 '한글재민'으로"의 언론공개회가 열렸다. 작품 '대한의원개원칙서'가 전시돼 있다. nam_jh@newsis.com 2020.10.06


대한의원개원칙서는 박 교수가 칙서를 임모(글씨나 그림 따위를 본을 보고 그대로 옮겨 쓰거나 그리다)한 작품과 '재민체'로 써내려 간 작품 두 작품이 공개됐다. 이외에도 '학부대신께 올리는 글', '역질 관련 영조 윤음', '무오년 독감 작품'도 재민체로 완성했다.

박 교수는 "근현대식 국립병원으로서 서울대학교병원의 전신인 대한의원의 개원일에 내리신 대한의원개원칙서의 내용 중 '나라의 성쇠는 국민의 건강과 질병에 연유함이 많다'를 생각하며, 현 코로나 사태의 조속한 종식을 바라는 뜻에서 역질 관련 영조 윤음, 정조시대의 무오년 독감 등을 재민체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와 함께 재민체 개발을 맡은 김 교수는 "'재민'체는 주권재민에서의 '재민'을 뜻하기도 하고, 개발자인 '박재갑'의 '재'와 '김민'의 '민'에서 따온 말이기도 하다"라고 재민체를 설명했다. 이어 "재민체는 부드러운 글씨가 아니다. 강건함을 담은 글씨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 온 박재갑 원장님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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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의원 2층에서 국립암센터 초대원장인 박재갑 서울대 명예교수의 전시회 "함께 쓰고, 함께 그리다- '개원칙서'에서 '한글재민'으로"의 언론공개회가 열렸다. nam_jh@newsis.com 2020.10.06

전시의 제목 '함께 쓰고, 함께 그리다'에는 이들이 어렵게 개발한 재민체를 국민과 함께 나누고픈 마음이 담겼다. '재민체' 제작과정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월간 저작권문화' 10월호에 한글날 특집으로 소개됐다. 폰트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개설한 웹사이트 '공유마당'에 오픈소스 형식으로 기증해 온 국민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폰트의 장점은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함께 쓴다'는 말을 넣었고, '함께 그리다'에는 미래를 함께 그리고, 앞서 걸어간 선배들을 그리워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전시의 제목을 설명했다.

'학부대신께 올리는 글'은 광무2년(1898년) 11월7일 정삼품 지석영 선생이 이도재 학부대신에게 서양식 의학교의 필요성을 읍소하기 위해 보낸 서신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는 지금 세계 최고다. 이 글은 당시 지석영 선생이 문무대신에게 쓴 글이다. 의학교가 1899년에 개교를 했다. 그 몇 달 전에 지석영 선생이 이 글을 올렸는데, 이 서신이 큰 계기가 됐다. 고종황제가 자연과학계통에 인재를 기르는 일을 추진하는 과정이었고, 여기에 지석영 서신이 결정적으로 추가되니 의학교 개교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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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의원 2층에서 국립암센터 초대원장인 박재갑 서울대 명예교수의 전시회 "함께 쓰고, 함께 그리다- '개원칙서'에서 '한글재민'으로"의 언론공개회가 열렸다. nam_jh@newsis.com 2020.10.06
전염병과 관련한 두 작품과 관련해서는 "코로나랑 똑같은 상황이 조선시대에 있었다. 많이 죽을 때는 700만명 국민의 6~7%가 죽었다고 한다. 영조 당시 역질에 관한 자료를 찾아 냈고, 무오년 독감이라고 윤기라는 사람이 정조 때 역병이 돌 당시의 상황을 적은 글을 찾아 작품으로 남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재갑 교수는 '함께 쓰고 함꼐 그리다' 전시와 함께 맞은 편 전시실에 자신의 그림 9점도 함께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8일 유튜브에서 먼저 공개되고, 이후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이 재개관하면 현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11월 12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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