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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누명에 가족들도 50년 고통…"13억 배상하라"

등록 2021.06.21 1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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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간첩 누명 불법구금 뒤 유죄

뒤늦은 재심서 무죄…형사보상 결정

법원 "간첩 누명 가족들에게도 배상"

총 13억8000만여원 국가 배상 판결

[서울=뉴시스]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1970년대 당시 중앙정보부로부터 불법구금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뒤늦게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들은 물론 약 50년 동안 간첩의 가족이라는 편견으로 고통받은 가족들에게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판사 한정석)는 고(故) A씨와 B씨 외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C씨는 1970년 11월 당시 중앙정보부 소속 수사관들에 의해 영장 없이 불법구금돼 피의자 신문을 받았다.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C씨의 피의자 신문을 토대로 C씨의 부인과 A·B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이후 A씨는 자진 월북한 자와 접선해 공작금을 받고 C씨를 접선하라는 지령을 받은 뒤 반국가단체 구성원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한 공소사실로, B씨는 C씨의 간첩 활동 편의를 제공한 공소사실로 각각 기소됐다.

1심은 국가보안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을, 간첩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고 교도소 수감 중 1977년 사망했다. B씨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받았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A씨와 B씨의 자녀들은 재심을 청구했고 각각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A씨와 B씨는 재심에서 각각 고문 등 자백 강요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 받았고 경찰·검찰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뒤늦게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를 토대로 A씨의 자녀들과 B씨는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각각 A씨의 2269일간 불법구금 사실을 인정해 7억7900만여원의 형사보상 결정을, B씨의 295일간 불법구금 사실을 인정해 1억여원의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

A씨와 B씨, 각 배우자와 자녀들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 사건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재판부는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1970년 11월 C씨를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해 A씨와 B씨로부터 받아낸 자백 등으로 기소해 유죄판결이 선고되도록 한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당시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구 반공법위반죄로 형사처벌받은 경우 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사회적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것"이라며 "국가는 정신적 고통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불법행위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조직적인 인권침해 사건으로 불법성이 매우 크다"며 "A씨와 배우자, 자녀들은 약 50년 가까이 간첩의 가족이라는 사회적 편견 등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봤다.

또 "불법행위가 있었던 1970년부터 이 사건 변론 종결까지 약 50년의 세월이 흘러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물가, 통화가치나 국민소득 수준이 크게 변화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미 지급된 형사보상금은 손해배상액에서 제외됐다. 재판부는 국가가 A씨와 배우자, 자녀들에게 총 12억2000만여원을, B씨와 배우자, 자녀들에게 총 1억6363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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