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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T, 직원 '금품수수' 신고 묵살…"유통점에 단속정보 흘려"

등록 2021.07.07 13:33:00수정 2021.07.07 14: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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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T, 직원 '금품수수' 신고 묵살…"유통점에 단속정보 흘려"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투명 경영을 강조해온 KT가 임직원의 '금품수수' 비리행위를 신고 받고도 2년 넘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받고 있다.

7일 뉴시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KT m&s 직원 A씨는 2015년 3월부터 2020년 1월까지 4년 9개월간 KT 본사에 파견돼 불법 보조금 관련 이동통신 시장 조사 업무를 수행하며 이동통신 판매업 종사자 B씨로부터 대가성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B씨의 통화 녹음 파일에는 A씨의 금품수수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A씨는 불법 보조금 채증 관련 정보를 넘겨주는 대가로 지난 2016년 6월 B씨로부터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

당시 두 사람이 나눈 통화 내용을 보면 A씨는 "(KT) 내부 채증이라고 해서 다른 쪽을 (들)쑤시느라 오래 걸렸다. 우리 쪽엔 내부 채증으로 들어온 게 없다"고 했다. 이에 B씨가 "선물 하나 줘야겠다. 이사 간 주소를 문자로 넣어달라"고 하자 A씨는 "알았다"고 답했다. 또 B씨가 "우리 그런 것 좋아하잖아. 상품권 50만원 넣어줄테니까 좋은 구두 하나 사서 신어라. 우리 연 끊지 말고 이어가자"고 했고, 이번에도 A씨는 "알겠다"고 답했다.

다음날 B씨는 A씨에게 상품권을 보냈다고 연락했다. B씨는 "등기로 보내려니까 다음주에 도착한다 해서 오늘 택배로 보냈다. 내일 도착할 것"이라 말했고, A씨는 고맙다"고 답했다. 이어 A씨가 "일은 해결했느냐" 물었고, B씨는 "서울에는 A씨보다 높은 사람을 알지 못한다. 대신 KT 단속 정보라도 수시로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A씨는 "혹시 그쪽으로 (조사)가는 게 있으면 사전에 전화드리겠다. 최대한 피해 없도록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유통점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와 감독은 고사하고, 단속 정보를 공유하거나 미리 알려주겠다 약속하며 불·편법 행위를 조장한 것이다.

그러나 KT 본사 측은 지난 2019년 4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을 제보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도리어 당시 제보자에게 연락해 상품권을 구매한 영수증 등을 증거물로 추가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제보자는 "금품수수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통화 녹음 파일 보다 더 명확한 증거물이 어디있느냐"면서 2년 넘게 A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KT 본사를 규탄했다. 그러면서 "A씨가 KT에서 시장조사 업무를 수행하며 받은 대가성 금품은 이번에 드러난 것 외에도 많다"고 고발했다.

A씨는 비리행위가 접수된 후에도 1년 가까이 관련 업무를 보다, 지난해 2월 KT 본사 파견업무를 마치고 본 소속사인 KT m&s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본사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2019년 4월 제보 접수 당시 조사를 진행했으나, 제보자가 제시한 단편적 증거만으로는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조사를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KT는 공식 홈페이지 '윤리 위반 신고 채널'을 통해 KT 임직원의 횡령, 배임, 공갈, 절도, 금품수수, 향응 등 비리행위를 제보받고 있다. 윤리 위반 유형에는 ▲임직원 간 및 이해관계자와 금품/향응 수수 및 공여 ▲이해관계자와 사적인 금전거래 및 부당한 압력 행사 ▲고객 및 회사 정보 유출 ▲이해관계자에게 특혜 제공 또는 지분투자 행위 ▲회사 공금 횡령/유용 및 회사재산 파손 ▲중복취업, 겸직 등 근무기강 관련 사항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번 사례로 비춰볼 때, KT의 '윤리 위반 신고 채널'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ESG 경영을 외치고 있는 KT의 보여주기식 운영에 가깝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비단 KT 사례뿐 아니라, 일부 이통사 직원들이 유통점에서 받는 대가성 향응이나 금품수수는 이미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된다. 이통사-대리점-유통점으로 이어지는 통신시장 갑을(甲乙) 구조에서 가장 밑단인 유통점이 윗선에 뇌물을 주고서라도 잘 보이려는 악습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유통점 관계자는 "채증 관련 업무를 하는 이통사나 KAIT 직원은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리점·유통점들이 굉장히 어려워 한다. 그래서 뒷거래도 많다"며 "접대를 받고 채증 정보를 미리 알려주거나, 신고를 빼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통사는 매주 불법 보조금을 준 판매점(유통점)을 찾아 KAIT(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로 보고한다. 이 과정에서 이 이통사의 지시를 받은 유통점 직원들이 손님인 척 경쟁 업체를 채증해 신고하기도 한다. 서로가 견제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통점들은 채증 권한을 가진 이통사와 KAIT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당초 이통사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 이용자 차별을 없애고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단통법'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지만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보다는 '성지'로 불리는 휴대폰 단말기 불법보조금 지하시장만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차별적 지원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이통3사에 과징금 512억원을 부과했다. 2019년 4월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이후 첫 불법 보조금 제재로, 단통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였다. 부당하게 차별적 지원금을 지급한 125개 유통점에 대해서도 총 2억 724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지난 5월 24일 '보조금 하한제'를 도입해 시장경제에 맞는 자유로운 보조금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부의장은 "이번 개정안은 자유로운 보조금 경쟁을 촉진하면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발의했다"며 "모든 소비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획일화 하고 있는 단통법은 불법보조금 지하시장이 횡행하고 있는 현재의 통신 생태계와 맞지 않아 불법정보에 어두운 소비자 피해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하한선 도입과 상한 없는 보조금 초과지급을 가능케하는 조치가 이뤄진다면 현재 단말기 시장의 문제점이 상당히 개선되고 소비자 이익이 보장될 것"이라며 "하루빨리 단통법이 개정돼 이통 3사의 투명하고 자유로운 보조금 경쟁과 이를 통해 소비자 친화적인 통신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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