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아프간 계기로 유럽 자체 방위력 키워야"…美 의존 우려
보렐 외교안보정책 대표, 아프간 철군 과정서 美·유럽 사이 혼란 지적
EU 신속대응군 창설 주장도
EU, 나토와 별도로 유럽군 창설 논의 계속
[브뤼셀=AP/뉴시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대표. 2020. 12. 02.
유럽대외관계청(EEAS)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2일(현지시간) EU 국방장관들과의 비공식 회의에서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빚어진 혼란은 유럽의 방위 역량 강화 필요성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보렐 대표는 "오늘처럼 더 강한 '유럽 방위'의 필요성이 명백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방장관들이 아프간 사태 이후 어떻게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며 미래의 도전을 준비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슨 일이 벌어져 역사를 밀어붙이고 돌파구를 만들곤 한다"면서 "올 여름 아프간에서 발생한 일이 이런 경우 중 하나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보렐 대표는 "활성화될 준비가 더 잘 돼 있는, 보다 작동가능한 무언가를 모색해야 한다"며 "더욱 강력한 '유럽 방위''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명백하다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보렐 대표는 전날 뉴욕타임스(NYT) 기고글에서 아프간 철군에 관해 "철수 시기와 유형은 미국이 결정했다. 우리는 카불 공항 대피뿐만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범위에서 미국의 결정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대서양 동맹을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일간 일 코리에르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는 추후 아프간 철군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EU의 신속기동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미국과 이견이 심화하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별도로 유럽군을 창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유럽의 이익을 보호할 자체적 방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한 관련 논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지도 얻었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지난달 31일로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완료했다.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이 아프간 전쟁을 개시한 이후 20년 만이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과 동맹군이 철수를 시작하자 다시 세력을 키웠고, 8월 중순 아프간 정권 탈환을 선언했다.
일부 나토 동맹국들은 미국이 지나치게 아프간 철수를 서두른다며 조건부 철수나 시한 연장을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러나 원안 대로 철군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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