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관은 도라이' 軍단톡방 글…대법 "상관모욕 아냐"

軍부사관,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돼

엇갈린 1·2심…대법 "불만토로한 것"

"교육생들만 참여하는 비공개채팅방"

"고충 토로하다 부적절한 표현 불과"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신입 부사관이 자신을 교육하는 상관을 두고 단체채팅방에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상관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해군 부사관인 A씨는 지난 2019년 단체채팅방에서 상관인 B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A씨를 비롯한 부사관 초급반 교육생들을 감독하는 지도관이었다. 그러던 중 B씨는 2019년 7월 A씨를 비롯한 교육생들에게 목욕탕 청소를 지시한 뒤, 물기가 완벽히 제거되지 않았다며 A씨에게 벌점 25점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교육생 75명이 참여한 단체채팅방에서 B씨를 겨냥해 "도라이 ㅋㅋㅋ 습기가 그렇게 많은데"라는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의 상관모욕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표현이 일부 부적절하긴 하나, 군 조직질서를 흔들 정도의 상관모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마철에 습기가 많은 목욕탕을 청소해야 하는 A씨 입장에서는 B씨의 청소상태 점검 방식과 그에 따른 과실 지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단체채팅방은 교육생들만 참여하는 비공개채팅방"이라며 "교육생 신분에서 가질 수 있는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었고, 상당수가 거리낌 없이 비속어를 사용해 대화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A씨의 이 사건 표현은 단 1회에 그쳤고 전체 대화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면서 "동기 교육생끼리 고충을 토로하는 공간에서 상관에 대해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에 불과하고, 군의 조직질서와 지휘체계가 문란하게 됐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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