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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은 싸지만 못 먹는 약? 저약가 정책 논란

등록 2021.12.21 08:15:34수정 2021.12.21 08: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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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약 접근성, 약 35%에 불과

[서울=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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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저렴한 약가로 인해 오히려 환자들이 써야할 약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20일 최근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와 ‘파킨슨병 극복과 국가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히며, 저약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앞서 한국로슈는 지난 8월 파킨슨병 치료제 마도파정(레보도파 200㎎, 염산벤세라짓 25㎎)의 국내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오는 31일 이후 마도파 허가를 자진 취하하고 국내 공급을 중단키로 한 것이다.

마도파는 1992년 국내에 도입된 이후 낮은 약가로 인해 적자 공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차지하는 약품비를 낮추기 위해 지속적인 저약가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약가 인하를 포함한 저약가 정책에 따라 글로벌제약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아예 공급하지 않는 신약들이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는 의약품의 불안정한 공급으로 이어지고 환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저약가 정책은 제약업계에서 꾸준히 제기해왔던 문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달 30일 ‘2021 한국제약바이오협회 CEO 포럼’을 개최하고 제20대 대선 후보로 나선 주요 정당과 후보들을 향해 ‘제20대 대선 정책공약’을 공식 제안했다.

제안에는 국내 개발 신약의 적정 가치를 인정하는 ‘국내개발 혁신신약에 대한 확실한 약가보상체계 마련’이 포함됐다. 국내 신약 가격을 글로벌 시장 신약의 80~120% 수준으로 결정해 보상의 명확성을 높이고 예측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미국제약협회(PHRMA)의 지난해 11월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신약 접근성은 약 35% 수준에 불과하다. 신약이 10개라면 한국에서는 4개 미만의 신약만 출시되고, 나머지 6개는 한국시장을 외면했다는 뜻이다. 미국(87%)과 독일(63%), 영국(59%), 일본(51%)등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 같은 이유를 낮은 약값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험급여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측면도 있으나, 더 큰 문제는 저약가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내 신약 평균가격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및 대만 포함 국가 대비 평균 42%(환율기준) 수준”이라며 “오랜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약을 개발한 제약사는 허탈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약사는 신약 출시 이후에도 적응증(치료범위)을 확대하며 연구개발을 이어가면서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낮은 약가는 개발의욕을 꺾고 출시를 포기하게끔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LG화학의 신약 ‘제미글로정’은 ‘사용량-약가협상’ 제도가 적용돼 약가가 6회나 인하됐고, 동아에스티가 자체개발한 항생제 신약 ‘시벡스트로’는 낮은 시장성과 약가 등을 이유로 지난해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물론 저약가 정책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가격이 낮을수록 의료소비자(환자)와 국가의 재정부담은 덜어진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신약의 경우 이 같은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뒷받침될 때 약물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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