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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포함' EU녹색체계 확정되나…"'고준위 폐기물' 처리 관건"

등록 2022.01.04 05:00:00수정 2022.01.04 05: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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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그린 택소노미' 초안에 원전 포함…찬반 대립

'사용 후 핵연료' 처리계획 등 판단 영향 미칠 듯

전문가들 "처리 문제없다" VS "원전 포함 어렵다"

EU 결정·국내 대선 영향…"실제 포함엔 시일소요"

[서울=뉴시스] 월성 4호기 모습.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월성 4호기 모습.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는 내용의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초안을 공개한 가운데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제외한 우리나라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될지에 대해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초안에서 포함 조건으로 제시한 '사용 후 핵연료' 안전 처리 여부에 따라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우선 EU 결정을 살핀 후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원전을 둘러싼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원전 포함' 그린 택소노미…'고준위 폐기물 처리' 조건에 의견 분분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EU는 천연가스(LNG)와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내용의 '보완 위임법률'(Complementary Delegated Act) 초안을 지난해 12월31일 회원국에 보내고, 전문가 그룹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초안에 따르면 원전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이 마련되고, 이를 위한 자금과 부지가 있는 경우에만 녹색투자로 분류된다. 신규 원전 투자는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은 때에만 가능하지만,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 기준을 달성할 수 있는 조처가 있어야 한다.

원전 전문가들은 이런 조건 가운데 고준위 핵폐기물(원전 폐기물 중 방사능 수치가 높은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 처리계획이 제대로 마련된다면 원전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용 후 핵연료는 대부분 수조에 임시 저장하고 있지만, 수조 용량이 포화한 상태다. 안전성 문제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독일 등에서 반발이 워낙 크니까 이를 무마하기 위해 타협하는 방식으로 했을 것"이라며 "사용 후 핵연료는 발전량보다 매우 작게 나온다. 수조에서 꺼내 몇십~몇백년 동안 건식저장을 할 수 있는 만큼 크게 문제 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원전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원전이 택소노미에 포함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국가들이 원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런 조건을 내놨다는 게 주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사용 후 핵연료 처리장 건설과 최고 등급 안전 기준 마련만으로 원전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팽팽하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고준위 핵폐기장 자체는 지하 깊숙한 곳에 지어야 하는 만큼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핀란드에서 고준위 핵폐기장이 완성되는 시점도 빨라야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2050년"이라며 "원전이 포함된 안이 통과되기도 어렵고, 통과되더라도 법적 제소에 걸려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법은 땅 속 깊이 파묻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확립된 방법은 없다. 세계 여러 국가들은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부지 선정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1986년부터 영구 처분시설 부지를 물색해 왔으나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 심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1.12.2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 심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1.12.27. [email protected]



'원전 제외' 못박은 환경부, 재검토 들어가나

원전의 녹색 분류체계 포함 여부를 둘러싸고 여러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우리나라 정부가 성급하게 원전을 포함하지 않은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를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 교수는 "EU에서 결정한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은데 성급하게 발표했다"며 "나중에 EU에서 원전을 포함하는데 정부는 원전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 곤란한 상황을 면하기 위해 미리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30일 발표한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에는 원전이 제외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포함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전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 "탄소중립 정책 근거인 탄소중립 시나리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모두 원전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원전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U의 원전 포함 결정과 함께 국내에선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 각을 세우는 여야 대선 후보들의 의견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감(減)원전'을 내세우며 재생에너지 전환이 늦어질 경우 불가피하게 원전 가동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봤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원전 적정성과 안전성 검토가 우선이라면서도 신한울 3·4호 공사 재개와 원전 수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전이 포함돼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더라도 실제 원전이 분류체계에 포함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선 그린 택소노미 확정까진 최소 4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우선 1년간 녹색 분류체계를 시범 운영하는 한편, EU의 그린 택소노미 기준과 사유, 결정 과정에 집중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전 배제가 완전히 고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국제 동향과 국내 여건을 고려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포함 여부를 지속해서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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