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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서는 미성년 성폭력피해자…전문가들 "대책 없는 위헌결정"

등록 2022.01.11 11:24:55수정 2022.01.11 11: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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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 긴급토론회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녹화진술 증거 관련

지난달 헌재에서 위헌…"2차 피해 우려된다"

"대책 없이 위헌 결정…보호장치 마련해야"

[서울=뉴시스]법원 현대사회와 성범죄연구회는 지난 10일 '미성년 성폭력피해자 영상녹화진술 관련 실무상 대책'을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진행했다. 2022.01.11. (사진=대법원 제공)

[서울=뉴시스]법원 현대사회와 성범죄연구회는 지난 10일 '미성년 성폭력피해자 영상녹화진술 관련 실무상 대책'을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진행했다. 2022.01.11. (사진=대법원 제공)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성폭력 피해를 입은 미성년자의 영상녹화진술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법원 안팎의 전문가들이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는 전날 '미성년 성폭력피해자 영상녹화진술 관련 실무상 대책'을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진행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옛 성폭력처벌법 30조 6항에 관해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옛 성폭력처벌법 30조는 19세 미만 피해자의 진술 내용을 촬영·보존하도록 하는데, 같은법 6항은 이를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이 조항이 피고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방어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으로 본 것이다.

이에 법원이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긴급토론회를 연 것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헌재 결정으로 미성년 피해자들이 입을 2차 피해에 관해 우려를 나타냈다.

김지은 대구해바라기센터 부소장은 "피해 아동·청소년은 법정진술시 증인신문으로 인해 사건에 대한 기억만 떠오르는 게 아니라 두려움, 슬픔 등 감정이 같이 올라오게 된다"라며 "당시 느꼈던 심리적 고통을 재경험하게 될 피해 아동·청소년을 위해 어떠한 보호장치와 대책을 마련해두고 위헌 결정을 내렸느냐"고 지적했다.

조현주 피해자 국선전담 변호사는 "반대신문 중 피해사실과 무관하거나 피해자에게 모욕적인 질문도 많다"면서 "나이가 어린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변호인이 위협하거나 다그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실무상 대책을 언급했다.

오선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북유럽의 '바르나후스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수사기관,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조사방법을 결정하고, 전문조사관이 피해 아동의 진술을 들으며 녹화하는 것이다.

오정희 서울고검 검사는 "정당한 방어권을 넘어 2차 피해를 야기하면 검사는 적극 이의제기하고 법원은 적정하게 소송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가해자에게 미성년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면담을 강요하면 강요죄로 처벌될 수 있음을 적극 고지해야 한다"고 했다.

미성년 피해자의 보호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이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미국은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직접 마주할 수 있도록 대면권을 적극 보장하는 편이다. 다만, 아동 피해자의 경우 쌍방향 영상장치를 이용한 실시간 증언 등 보호조치가 마련돼 있다.

유엔 등 국제인권법 조항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도, 아동이 가해자로부터 반대신문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본 정신으로 삼는다.

이를 근거로 김동현 사법정책연구원 판사는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신문 사항을 대신 물어봐 직접 신문을 최소화하거나,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미성년 피해자에 대해선 형사소송법 314조에 따른 법정진술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증거로 채택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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