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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부서 된 'DTC'…떠나는 유전자 전문가들

등록 2022.03.14 16:15:50수정 2022.03.14 17: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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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검사' 주요인력 퇴·이직

6년 간 규제 완화만 쫓았지만 여전히 제한적

"정부 희망고문에 합법적 대안 찾다 지쳐"

기피부서 된 'DTC'…떠나는 유전자 전문가들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유전자 분석 서비스 기업에서 소비자 직접 의뢰(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 전문가들의 퇴·이직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도입 후 6년 간 규제 완화에 힘을 쏟아냈음에도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에 지친 전문가들은 DTC 업종을 떠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1~2년간 한국바이오협회 산하 유전체기업협의회(이하 유기협)에서 각사의 DTC 대표로 활동하던 부장·임원급 담당자들이 퇴사하거나 다른 분야로 이직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지난 해 테라젠바이오에서 유전체서비스개발을 담당하던 이모 부장이 퇴사했고, 이 회사의 대외협력 담당 장모 이사 역시 같은 해 천연물 기반 바이오 업체로 이직했다. 마크로젠에서 개인유전체·바이옴서비스부문을 맡던 이모 이사는 2020년 말 AI 기반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기업으로 적을 옮겼다. 디엔에이링크의 기획 담당 이사는 작년 치매 예측 기술 전문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두 유기협에서 DTC의 규제 완화에 힘썼던 대표주자들이다.

최근 들어서도 전문성 높은 DTC 담당자의 퇴직 요청으로 기관·업체가 난감해하고 있다.

업계는 주요 인력의 잇따른 퇴직 이유로 답보 상태인 DTC 규제를 꼽았다. DTC란 소비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직접 유전자 검사기관(기업)에 의뢰해 유전자 검사를 받는 서비스다. 유전자 검사 키트를 구입해서 타액(침)을 뱉거나 면봉으로 상피세포를 채취해 기업에 보내면 2주 안에 유전적으로 타고난 체내 위험 요인 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문제는 개인이 직접 할 수 있는 DTC 항목이 제한적이란 것이다. 한국은 2016년부터 DTC를 허용하고 있지만 허용 항목을 ▲체질량지수 ▲콜레스테롤 ▲혈당 등 제한적으로 정해 분석 동기를 유발하지 못했다. 그나마 12개 항목에서 현재 70개까지 확대됐지만 여전히 질병 위험도와 관련이 적은 건강 관련 항목만 허용된다. 비타민 농도, 피부노화, 모발, 식습관 등이다.

일부 금지 항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대비된다.

이는 DTC 유전자 검사 결과의 의학적 유효성이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다는 의료계의 우려가 반영됐다.

특히 정부는 규제 신드백스, DTC 인증제 시범사업 등 산업 활성을 위한 제도를 가동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효성 있는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정부가 희망고문을 일삼는다'며, 업계는 시범사업에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법망을 피해 사업을 키웠다. 규정이 국내 기업에만 적용된다는 허점을 파고들었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머리를 맞대 합법적인 형태의 답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정부의 희망고문이 됐다”며 “법을 지키는 회사는 빛을 못 보고 편법을 일삼는 회사만 제 살 길을 찾는 현실에 많은 사람이 실의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원 등 주요 DTC 인력들이 산업 활성보단 규제를 해소하는 쪽에 에너지를 쏟다보니 지쳐서 사내에서도 기피부서가 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규제 완화로 인력과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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