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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100주년]③"잼민이·주린이·골린이...이런 말들 이제 그만"

등록 2022.05.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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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게 부르지 말아주세요, 우리도 화나요"

아동 비하 '잼민이' 일상적 표현으로 유행

아동·청소년 절반 이상 거부감 느낀다 답변

'○린이' 표현도 유행…문제의식 없이 사용

"부정적 고정관념 조장…유해 환경 우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전국 모든 학교에서 정상 등교가 이뤄진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화초등학교에서 열린 '어린이날 체육대회'에서 어린이들이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2022.05.0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전국 모든 학교에서 정상 등교가 이뤄진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화초등학교에서 열린 '어린이날 체육대회'에서 어린이들이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2022.05.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소현 기자 = "'잼민이'라는 말을 들으면 머리에서 뿔이 나요. 어린이를 나쁘게 부르지 말아 주세요. 어린이도 화나요."

5일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어린이들이 직접 쓴 선언문엔 이 같은 목소리가 담겼다.

일례로 '잼민이'는 초등학생을 비하하는 의미로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이에 혐오표현의 일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혐오표현은 집단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하고 차별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회화 단계에 있는 어린이들을 겨냥한 사용은 더욱 자제해야 하지만, 큰 문제의식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분위기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 A씨는 "대학생 조카가 아들을 잼민이라고 부르고 키득댔다고 한다"며 "아들이 기분 나빴다고, 자기는 싫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자매를 키우는 B씨도 "큰딸이 초등학교 2학년 동생을 부를 때 쓰는 말"이라며 "막내가 속상해해서 못 쓰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온·오프라인상에서 흔하게 사용되다 보니 미디어가 혐오표현을 미처 거르지 못하고 여과 없이 노출한 사례도 있다.

교육방송 EBS는 지난해 7월 트위터 게시물에 '잼민좌' 단어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EBS는 "SNS상 잼민이라는 단어를 자주 보게 됐고, 재미있는 어린아이를 부르는 유행어라고 짐작하게 됐다"며 "정확히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거기에 비하의 의미가 담겨있었는지는 몰랐다"고 사과했다.

'잼민이'라는 단어 이전에도 아동을 비하하는 단어는 존재했다. '초딩', '급식충' 등은 오래전부터 어린이를 무시하는 상황에서 사용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달 22~30일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아동·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복수응답)의 70.2%가 어린이를 비유한 표현 가운데 비하의 의미가 담겼다고 생각되는 용어로 '잼민이'를 지목했다. '급식충'(65.8%)과 '초딩'(51.0%)이 뒤를 이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앞 누리마당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2022 어린이말씀 선포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현판에 적힌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2022.05.02.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앞 누리마당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2022 어린이말씀 선포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현판에 적힌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2022.05.02. [email protected]


최근엔 사회적으로 특정 분야의 부족함을 나타내는 의미로라는 표현이 흔히 사용되고 있다. 초보 주식투자자를 '주린이', 요리를 막 배운 이들은 '요린이', 토익 입문자를 '토린이', 골프 입문자를 '골린이' 등으로 부르는 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표현들 역시 어린이에 대한 비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3일 "(이 단어들은) 아동이 권리의 주체이자 특별한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아동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며 공공기관의 공문서 등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런 표현이 방송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됨으로써 아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평가가 사회 저변에 뿌리내릴 수 있고, 이로 인해 아동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유해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라는 말은 17세기부터 써 온 말이지만 1920년 방정환 선생이 유년과 소년을 대접하고 본래는 없었던 높임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어린이'는 어린 사람도 어른처럼 한 사람의 인격체로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부르기 시작한 말인데 '○린이' 표현은 어린이의 낮은 연령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서툴고 미숙한 사람에게 붙이는 호칭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초보자라든지 대안 표현들이 있는데 굳이 '○린이'라는 말을 써야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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