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

  •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부차 학살 러 64기동소총연대…한 마을 일가 11명 전원 몰살

등록 2022.05.23 12:59:08수정 2022.05.23 13:04:4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사내용 요약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극동 주둔 부대원들
공포 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파견한 듯
주민들 집 차지하고 전원 고문 학살
시신 옆에 두고 닭잡아 요리해 먹어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지난달 19일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영상의 한 장면으로, 우크라이나 부차에 파견된 것으로 확인된 러시아 군인 키릴 크류치코프가 동료 러시아 군인들과 함께 한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출처: 키릴 크류치코프 인스타그램) 2022.05.0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학살 만행을 저지른 러시아 군부대는 64기동소총연대다. 이 부대가 주둔한 3월 중순의 18일 동안 자신들이 캠프를 설치한 현지 주택 거주 주민 전원 등 12명을 한 지역에서 살해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하 하우릴륙의 아들과 사위, 이방인 한 사람이 자기 집 마당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러시아군인들은 하우릴륙의 집 담장을 부수고 들어와 장갑차를 정원에 세워두고 집을 뒤졌다. 러시아군인들은 골목 건너편에 살해한 사람들 시신을 방치한 채 닭을 잡아서 털을 뽑고 구워먹는 등 요리를 했다.

3월말 부대가 철수한 뒤 길 끝에 살던 유리와 빅토르 파블렌코 형제가 철길 옆 구덩이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볼로디미르 체레드니첸코는 이웃집 창고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철도길을 따라 도망치다가 러시아군에 붙잡힌 다른 남성도 도로끝 창고에 갇혀 있다가 머리에 총을 맞아 숨졌다.

부차의 민간인 학살은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다.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짐에 따라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전세계 모두가 분개하고 있다. 검찰과 군 정보당국이 학살과 고문, 강간을 저지른 전범들을 파악해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온 포렌식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는 우크라이나 수사관들은 64연대의 활동에 대해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이 부대 소속 10명을 확인해 전범으로 기소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이 연대가 2008년 조지아 침공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이 부대에 우크라이나에서의 전공을 치하하는 명예 칭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 연대는 실제 전투행위에 거의 참가한 적이 없다. 다른 부대의 뒤를 따라 부차에 진주해 장악하는 일만 했을 뿐이다. 이 부대는 마을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장갑차를 주민들 정원에 세우고 주민들의 집을 차지했다.

부차 수석 검사 루슬란 크라우첸코는 "러시아 부대가 사람들을 가뒀다. 손발을 묶고 눈을 테이프로 가린 채 주먹과 발길질을 하고 개머리판으로 가슴을 때린 뒤 처형했다"고 했다.

64기동연대 부대원 전원 1600명의 명단이 부차에 남기고 간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돼 있어 수사 단서가 됐다. 우크라이나 수사전문 뉴스 매체 Slidtsvo.info의 드미트로 레플랸축이 장교를 포함한 부대원 10여명의 소셜미디어를 발견했다.

처형되지 않고 살아남은 세 사람이 소셜미디어에 오른 범죄자들의 사진을 확인했다고 크라우첸코 검사가 밝혔다.

목격자중 한 사람인 공장 근로자 유리(50)은 야블룬스카가 144번지의 악명높은 러시아군 기자 근처에 산다. 지난 3월13일 64연대 부대원들이 그의 집을 수색했다. 사진을 본 그가 부대원들을 확인했다. 거칠고 무례했다고 했다. 시베리아를 뜻하는 "타이가 출신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곰처럼 말했다"고 했다.

간신히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었던 유리에게 3월19일 군인들이 다시 와 이웃 올렉시를 잡아 갔다. 올렉시는 러시아군에 두 차례 잡혀가 지하실에서 몇 시간 동안 심문을 받았고 군인들이 자기 뒤에서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고 말하면서 지금도 벌벌 떨었다.

64연대는 극동군구에 속하며 러시아 동부 중국 접경에 주둔하는 부대다. 훈련과 장비가 가장 뒤쳐진 부대로 알려져 있다. 이 연대는 러시아인이 지휘관이지만 부대원들은 거의 소수민족 출신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도청한 무선 통신에서 64여단 군인들이 키이우 외곽 마을 거리가 아스팔트 포장이 돼 있는 걸 보고 놀라는 모습이었다.

우크라이나 군정보 공보책임자 미콜라 크라스니 대령은 "러시아 낙후 지역의 부대를 투입한 것은 의도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대가 사기는 형편없고 구타와 도둑질이 만연한 것으로 악명높다고 했다. 체첸 전쟁에 복무한 군인들로 2009년 1월 창설된 이 연대는 곧바로 조지아 전쟁에 투입됐다. 당시에도 부대 창설 목적이 공포심을 일으키려는 것이 분명했다고 크라스니 대령이 밝혔다. "그 정책의 결과가 부차에서 벌어진 일이다. 군기도 없고 전투경험도 없이 사람들을 겁주기 위해 만든 부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부대원 가혹행위로 악명이 높다. 수사관들은 64연대 부대원이 부차에 흘리고 간 휴대폰에서 러시아군 부대원들간의 학대 정황을 발견했다. 장교가 병사들에게 말하던 도중 갑자기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모습이다.

부차의 학살행위는 러시아군 진주 첫날부터 시작됐다. 가장 먼저 온 공수부대와 특수부대는 길거리에서 주민이 탄 자동차에 총을 쐈고 우크라이나 민병대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가뒀다.

학살이 진행된 범위와 학살을 저지른 군인들이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학살 명령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크라우첸코 검사는 "그들은 사전에 범죄를 계획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몇 주 동안 거리에 시신이 방치돼 학살이 위성 사진으로 확인된 야블룬스카가에서 가까운 이바나 프란카가에서 지옥의 현장이 벌어졌다.

이곳 주민인 연금생활자 미콜라(67)는 처음 진주한 러시아군 장교가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최대한 빨리 떠나라면서 "우리 뒤로 악당들이 온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들이 뒤에 들어오는 부대가 어떤 부대인지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콜라는 64연대가 오기 전 집을 떠났다.

부차에는 봄꽃이 만개해 있다. 과실나무들에도 꽃이 피었고 시 근로자들이 도로를 청소하고 포탄 구덩이를 메웠다. 그러나 이바나 프랑카가 끝자락에는 부서진 자동차와 무너진 집들이 방치돼 스산한 분위기다.

하우릴륙(65)은 "여기부터 길 끝까지 살아 남은 사람이 없다. 이 곳에 살던 11명이 살해됐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과 사위는 집에 남아 개들을 돌보다가 64연대가 진주한 직후인 3월12일과 13일 살해됐다. 머리에 총을 맞았다고 했다.

이후 2주 동안 벌어진 일은 상상을 초월한다. 집에 머물던 주민들이 모두 집에 갇혔고 우물에서 물뜨는 것만 허용됐다. 사람들이 잡혀 가는 것이 목격됐다.

나데즈다 체레드니첸코(50)는 군인들에게 아들을 놓아달라고 애원했다. 집 마당에서 붙잡혔고 마지막으로 봤을 때 팔에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3주뒤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 창고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는 러시아 군인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하우릴륙 옆 집 주민들도 실종됐다. 교사인 볼로디미르와 테티아나 시필로와 아들 안드리(39)가 집 한 쪽에 살았고 다른 쪽에는 올레 야르몰렌코(47)가 살았다. 그들 모두 "친척"이라고 하우릴륙이 밝혔다.

골목 아래쪽에는 리디야 시도렌코(62)와 남편 세르히가 살았다. 딸 테티아나 나우모바가 3월22일 오전 전화통화를 했다. "엄마가 내내 울었다. 평소 활달했는데 기분이 안좋은 것같았다"고 했다. 몇 분 뒤 러시아 군인들이 와서 창고를 뒤지겠다고 했고 바닥에 총을 쏘며 나가라고 했다. 나우모바는 "점심 때 그들을 총을 쏴 살해했다"고 말했다.

나우모바는 남편 비탈리, 아들과 함께 러시아군이 퇴각한 지난달 돌아왔다. 부모를 아무곳에서도 찾지 못했지만 아버지 모자에 총구멍이 나 있고 핏자국이 3곳과 어머니 머리카락과 뼛조각이 묻어 있는 걸 찾았다. 시필로와 야르몰렌코의 모습도 찾지 못했고 마루 바닥에 그들이 끌려 나가면서 남긴 핏자국만 있었다.

프랑스에서 온 감식전문가가 희생자들을 밝혀냈다. 거리 윗쪽 공터에 있던 불에 탄 시신 6구가 실종된 사람들임을 확인한 것이다. 시도렌코 부부와 시필로스, 그리고 야르몰렌코였다. 수십발의 각종 총탄을 맞았고 나우모바의 어머니 등 세 명은 팔다리가 떨어진 채였다고 수사관들이 가족들에게 알렸다. 아버지는 머리와 가슴에 여러 발의 총을 맞았고 어머니는 팔과 다리가 떨어져 나간 모습이었다고 했다. 나우모바는 "고문을 당한 뒤 흔적을 없애려 태운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많이 본 기사

이 시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