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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혹한기]①반도체 불황은 왜 찾아왔나

등록 2022.09.0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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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대면 특수 끝나자 반도체 가격 급락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까지 가세해 '수요 절벽' 심각

메모리 편중 구조, 한국 반도체 더 혹독한 겨울 맞을 듯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지난달 수출액이 566억7000만 달러로 역대 8월 최고 실적을 경신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밝혔다. 이날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09.01.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지난달 수출액이 566억7000만 달러로 역대 8월 최고 실적을 경신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밝혔다. 이날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09.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코로나가 한풀 꺾이자 반도체 시장에 '불황 청구서'가 뒤늦게 날아들었다.

반도체 업계는 경기 침체로 소비자 구매력이 감소하자 하반기 급격한 '수요 절벽'에 직면했다. 공격적 투자로 수요 대응에 나섰던 반도체 업체들은 이제 과잉 재고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자재 인플레이션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며 수익성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07억8000만 달러에 그쳤다. 정확히 1년 전보다 7.8% 줄었다. 전달 대비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 것은 26개월 만이다.

반도체 수출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정부 보조금과 비대면 산업 확산으로 IT 업종 소비가 늘면서 급속도로 팽창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달성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특수가 끝나자 역설적으로 반도체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까지 가세하며 위기 경보음은 더 커졌다.

일단 반도체 수요가 둔화하자 거래 가격도 급락하며 업체들의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졌다. 코로나 특수로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과감한 설비투자에 나섰던 만큼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체들은 재고 처분을 위해 판매에 적극 나서며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이 3분기 10% 이상 하락한 뒤 4분기에도 10~15%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원가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은 원자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반도체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해 가격 상승을 더 부추기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글로벌무역통계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수입된 반도체 생산 핵심 원료인 '네온'의 평균 가격은 킬로그램(㎏)당 1435.7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47.5달러 대비 30배 올랐다. 네온 생산량의 70%를 담당해온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급이 막히자 중국산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내부적으로도 공정 미세화 난도가 높아지면서,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초미세 공정 전환으로 웨이퍼(원판) 한 장당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기술 한계에 부딪쳐 안정화가 더딘 실정이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 3분기(7~9월) 영업이익 컨센서스(최근 3개월 증권사 발표 추정치 평균)는 13조5294억원으로, 전년 3분기 영업이익 15조8175억원을 14.5% 밑도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3조38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4조1718억원 대비 27.2% 낮아졌다.

특히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올해 메모리 시장 성장률을 18.7%에서 8.2%로 급격히 낮췄다. 내년 전망은 3.4%에서 0.6%로 내렸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메모리 매출 편중이 심해 '반도체 혹한기'가 한층 혹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은 이미 눈높이를 속속 낮추고 있다.

NH투자증권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45% 낮은 2조3200억원으로 전망하며,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도 내년 메모리 반도체 이익이 올해보다 30~40% 축소될 것으로 봤다. 삼성증권의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2조1450억원으로, 컨센서스보다 1조원 이상 낮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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