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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 "간화선 대중화·세계화 힘쓴 수불 스님 알리고 싶었다"

등록 2022.09.20 17:59:33수정 2022.09.20 18: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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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시간이 없다' 출간 간담회

[서울=뉴시스] 정찬주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열린 장편소설 '시간이 없다'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불광출판사 제공) 2022.09.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찬주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열린 장편소설 '시간이 없다'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불광출판사 제공) 2022.09.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수불 스님은 간화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힘쓰셨어요. 소설을 통해 스님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정찬주 작가는 20일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편소설 '시간이 없다'(불광출판사)를 낸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시간이 없다'는 고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그의 8번째 작품이다. 수불 스님 일화와 간화선을 알리고자 노력해온 과정에 작가의 세밀한 상상을 더했다.

앞서 법정 스님(1932~2010), 성철 스님(1912~1993) 등을 대상으로 책을 낸 정 작가는 "여태까지 돌아가신 분들을 주인공으로 한 책을 냈는데, 수불 스님은 살아 계신데도 책을 낸 건 제가 벌써 올해 70살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가 기억력이 총총할 때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불 스님도 예전 같으면 노승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나이(세수 70)가 되셨습니다. 그래서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정 작가는 "제가 수불 스님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책을 한 번 읽어보지 않겠냐'고 말했다"며 "하지만 스님이 '소설가의 영역이니 안 읽어보겠다'고 했다. 법정스님도 그렇고 스님들 대부분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 안 읽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스님들을 주인공으로 낸 작품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포교 소설을 쓴 게 아니다"며 "고승들에게서 한국인의 특질, 잃어버려서는 안되는 덕목을 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철 스님에게는 한국인 특유의 끈기가 있다. 놀라운 정신력을 목격했다"며 "법정 스님은 옆에서 25년을 지켜봤는데, 질서가 철저하다. 죽었다 깨어나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다"고 했다. 수불 스님에 대해서는 "간화선의 대중화, 세계화를 치열하게 펼친 분"이라고 평했다.
[서울=뉴시스] 소설가 정찬주(왼쪽),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 스님. (사진=불광출판사 제공) 2022.09.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소설가 정찬주(왼쪽),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 스님. (사진=불광출판사 제공) 2022.09.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간화선은 한국 불교의 정통 수행법이다. 정 작가는 "간화선은 삶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수행법이 아닌가 싶다"며 "일주일 안에 인간 존재의 실상이 뭔지를 체험하게 해준다. 일반 저잣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수행법"이라고 소개했다.

"간화선은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선방에서 수행만 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마치 비유를 하자면 고압전류에 감전되는 듯한 느낌이다. 수불스님은 제행무상, 즉 우주의 모든 사물이 늘 돌고 변해서 무엇이든 영원한 건 없다는 것을 한순간에 깨닫게 해준다."

10여년 전 처음 수불 스님을 만난 작가는 간화선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책을 쓰기로 다짐했다. 스님을 만나고 취재하는 데 10년이 꼬박 걸렸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8개월간 책을 집필했다.

수불 스님은 안국선원 선원장을 맡고 있다. 1989년 설립된 안국선원은 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뉴질랜드 등에서도 선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안국선원은 특이한 점이 스님과 신도의 관계가 아니라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며 "결속력이 굉장히 강하다"고 전했다.

정찬주 작가는 1983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단군의 아들', '천강에 비친 달', '산은 산 물은 물', '소설 무소유' '이순신의 7년', 산문집 '길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 '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 '자기를 속이지 말라' 등을 냈다.

내년에 등단 40주년을 맞는 그는 "글쓰기는 수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장애나 벽이 나타났을 때 누가 대신 뚫어주는 게 아니라 제가 해결해야 한다. 달력에 저는 빨간 날이 없다. 지금까지 낸 책이 70~80권이 된다. 제가 전업 작가다보니 다른 직업이 있는 작가보다는 더 많은 책을 낸 것 같다"고 돌아봤다.

"후배들에게 이런 농담을 가끔 합니다. 소설 한 편을 써도 평생 '작가'라는 소리를 듣는데, 개점 휴업을 하고 있으면 '전(前) 소설가'라고 해야 한다구요. 글을 끊임없이 쓴다는데 의미를 둬야 해요. '저의 대표작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내일 쓴 작품이 대표작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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