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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계식·다비식때 왜 사진기 들이대냐 핀잔 들었는데...지금은 보물"

등록 2022.10.11 14:46:05수정 2022.10.12 11: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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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원 스님, 관조 스님 마지막 사진집 '관조(觀照)' 출간

"관조스님, 30년간 산사 아름다움 담은 운수납자"

"필터 조명 사용안해 담백함 특징...남긴 사진 20여만 점"

[서울=뉴시스] 1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관조 스님의 마지막 사진집 '관조(觀照)'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은 이날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조 스님의 제자 승원 스님. (사진=신효령) 2022.10.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관조 스님의 마지막 사진집 '관조(觀照)'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은 이날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조 스님의 제자 승원 스님. (사진=신효령) 2022.10.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관조 스님의 사진은 '사리(舍利·성자의 구슬 모양 유골)'입니다. 스님의 작품 활동은 단순한 예술 행위가 아니라 수행 그 자체였습니다."

승원 스님은 11일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조 스님의 마지막 사진집 '관조(觀照)'를 이같이 소개했다.

'관조(觀照)'는 관조 스님(1943~2006)이 남긴 사진 필름 20여만점 중 스님의 대표작 278점을 엄선해 담은 사진집이다.

백련사 주지인 승원 스님은 "저는 1974년 출가해서 스님이 됐고, 관조스님과는 17살때 인연을 맺었다"며 "관조스님이 64세에 열반하셨는데, 제가 지금 64세가 되어가고 있다. 스님이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셔서 아쉽다"고 말했다.

"스님이 돌아가신지 올해로 16년이 됐어요. 제가 사진집을 꼭 내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간 스님 다례제가 올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고 죄스러웠습니다. 오는 24일 관조스님의 16주기 다례재가 봉행되는데요. 스님의 뜻을 기리고 스님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고자 작품집을 내기로 했습니다."
[서울=뉴시스] 1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관조 스님의 마지막 사진집 '관조(觀照)' 출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은 이날 책을 펴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조 스님의 제자 승원 스님. (사진=신효령) 2022.10.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관조 스님의 마지막 사진집 '관조(觀照)' 출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은 이날 책을 펴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조 스님의 제자 승원 스님. (사진=신효령) 2022.10.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관조 스님은 1960년 부산 범어사에서 지효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이듬해 범어사 금어선원에서 하안거를 시작으로 9안거를 성만하고, 1965년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1976년 부산 범어사 총무국장 소임 이후 일체의 공직을 맡지 않았다. 1978년부터 범어사에 주석하며 사진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았다.

관조스님은 1970년 초반부터 30여년간 전국 산사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는 운수납자(어디에도 머무름이 없이 떠도는 수행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가 남긴 사진은 20만여점에 이르며, 현재 이 필름 파일은 범어사 성보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

그는 "관조 스님은 강직한 성품을 지녀 불의와 타협하는 일이 없었다"며 "스님으로서 명예나 권위를 추구할 수도 있는데, 30대 중반 이후에 평생 주지를 안 하고 범어사도 떠나지 않았다. 사진을 통해 불교문화를 전승시켜야 겠다는 원력을 갖고 30여년의 긴 세월을 수행과 포교에 매진했다. 관조스님을 모시고 강원도 바닷가를 비롯해 폐사지에 많이 갔다"고 회상했다.

"그동안 관조스님이 사진집을 20권 가까이 냈는데, 이번 사진집은 스님 입적 후 16년 만에 제자들이 모아서 엮은 사진집이라 그 의미가 크다"며 "스님께서 열반한 뒤 근 3년여 동안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필름을 수소문해 찾고 정리해보니 20여만 점이나 됐다. 스님이니까 이렇게 많은 섬세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먹고 사는 데 급급했다면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관조 스님의 작품 '범어사 2001년'(왼쪽), 고(故) 관조 스님. (사진=신효령) 2022.10.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관조 스님의 작품 '범어사 2001년'(왼쪽), 고(故) 관조 스님. (사진=신효령) 2022.10.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필터나 조명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담백함이 관조 스님 사진의 장점으로 꼽힌다. 스님은 1980년 '승가1'을 시작으로 '열반', '자연', '생, 멸, 그리고 윤회', '님의 풍경' 등 20여권의 사진집을 출간했다. 이 중 '사찰 꽃살문'은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관조스님은 변해가고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승원스님은 "사실 스님들이 사진을 수행이자 포교의 방편으로 삼는 게 쉽지 않다"며 "관조스님이 수계식, 다비식 등 스님들의 행사 현장에도 많이 갔는데, 이 때 스님들에게 '왜 사진기를 들이대냐'면서 핀잔을 듣기도 했다. 지금은 이 사진들이 보물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관조스님이 출사할 때마다 몇 번이고 같은 장소를 찾았어요. 전국에 산재한 사찰의 건물·대웅전·꽃살문·불상·불화·불탑·벽화·마애불·폐사지·서원, 불교의례인 예불의식·수계식·다비식을 비롯한 해외의 수많은 성지에 이르기까지 스님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이번 사진집이 스님의 발원대로 한국의 불교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할 것을 기대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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