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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거장 부흐빈더 "60번째 전곡 연주 완성은 아냐...청중 좋은 한국 공연 특별"[문화人터뷰]

등록 2023.07.01 06:25:00수정 2023.07.01 08: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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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9일까지 공연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PHILIPP HORAK (사진=빈체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PHILIPP HORAK (사진=빈체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젊은 피아니스트들 중에는 중 전쟁처럼 연주하는 이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랍니다. 가장 중요한 건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하듯 연주하는 거죠."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7) '베토벤의 환생', '현존 최고 권위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피아노 거장이다. 1951년 5살에 역사상 최연소로 빈 국립음대에 입학, 모차르트에 견줄만한 천재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7일 한국에 도착했어요. 저녁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답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만난 그는 따뜻한 눈빛과 낮은 저음의 독일어가 매력적인 노신사였다.

한국에서 새로운 기록에 도전한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를 생애 60번째로 무대에 올린다. 지난달 28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Marco Borggreve (사진=빈체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Marco Borggreve (사진=빈체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60번째 전곡 연주는 완성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연주가 60번째여서 특별한 건 없어요. 서울에서 연주하는 게 저에겐 특별하죠. 어디까지 갈 지 모르지만 앞으로 갈 길이 많아요. 70번째쯤 되면 베토벤의 새로운 면모에 대해 더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내한은 여덟번째다. 그는 2012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로 처음 내한한 이후 꾸준히 한국을 찾고 있다. "한국에는 굉장히 좋은 청중들이 있다"며 "어떻게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클래식이 이렇게 전파됐는지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부흐빈더는 2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남아있던 체코에서 1946년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부친이 세상을 떠났고, 1세에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주했다.

가난했지만 그의 집에는 '베토벤'이 있었다. 그에게는 '운명'이었다. "굉장히 작은 집에서 자랐어요. 얼라이트 피아노가 있었고, 그 위엔 작은 라디오가, 또 베토벤의 악보가 있었죠."

베토벤과 피아노는 그를 자석처럼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를 피아니스트의 길로 이끌었다. "그때의 기억이 평생을 따라다닙니다. 베토벤은 나에게 하나의 혁명이었어요." 결국 그는 다섯살 때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역대 최연소 빈 국립음대 입학 기록을 세웠고, 유럽을 놀라게 했다. 

'거장'이라는 명성을 얻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린시절 독주자가 아닌 트리오로 활동했고, 1966년 스무살에 나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는 5위에 그쳤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베토벤에, 음악에 천착했다.  1980년대 처음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을 발매하며 세계적 주목 받았고,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해석과 연구를 통해 최고 권위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자리에 올랐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Marco Borggreve (사진=빈체로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Marco Borggreve (사진=빈체로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학구적인 연주자'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의 서로 다른 편집본을 39판이나 소장해 연구하는 등 깊고 치밀하게 피아노에 파고들었다. 그동안 100장이 넘는 음반을 냈다. 고령에도 그의 피아니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완벽한 타건과 카리스마 있는 연주에 깊은 연륜과 여유로움까지 더해졌다.

부흐빈더는 40년간 기본기를 쌓고 40년이 지나서야 변주를 하기 시작했다. 30년 이상 연주를 해온 어느날 한 평론가가 그에게 "이제 자유로워질 때가 됐다"고 했다. 베토벤의 직계 제자인 카를 체르니의 책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젊은 시절에는 '이런 해석만이 절대적'이라는 좁은 관점으로 베토벤을, 차이콥스키를 연주했죠. 이제는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둬요."

그는 "베토벤의 곡이 모두 수록된 체르니의 책을 좋아한다"며 "체르니는 베토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고, 가장 정확한 책을 남겼다"고 했다. "체르니는 베토벤의 모든 작품을 하나씩 해석했어요.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작품의 캐릭터를 완성했죠."

평생 베토벤을 연구해온 부흐빈더는 "24시간 동안 베토벤의 방에 앉아 그가 모르게 관찰하고 싶은 꿈이 있다"며 웃음 지었다.

"베토벤은 작곡가이자 혁명가입니다. 매우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하고, 사랑이 넘치죠. 그는 작품 안에서 속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작곡가입니다. 피아노 연주자에게 자유를 선사하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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