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 과도한 '아스파탐 공포' 조장·확산 경계해야

등록 2023.07.07 15:01:54수정 2023.07.07 15:28:0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자수첩] 과도한 '아스파탐 공포' 조장·확산 경계해야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더운 날 하루에도 여러 차례 '제로 콜라'를 마셨는데, 문제 있을까요?"

식품 업계를 취재하는 기자이다 보니 요즘 지인들의 '아스파탐' 문의 연락이 부쩍 늘었다. 한 지인은 평소 콜라를 즐겨 마시다 최근 건강을 생각해 제로 콜라로 바꿨다고 한다. 말 그대로 무(無)설탕이다보니 건강에 '덜 나쁘다'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최근 일부 인기 제로 콜라에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이 발암 물질 논란에 휩싸이자 은근히 걱정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아스파탐은 인공 감미료의 일종으로, 1965년 미국의 화학자에 의해 발견된 이후 무설탕 음료, 무설탕 캔디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가 낮고 가격도 저렴해 전세계 200여개 국에서 승인 받아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인공감미료 22종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소비자들과 식음료·주류 업계가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아스파탐은 국내에서도 콜라를 비롯한 제로 음료, 막걸리, 과자 등에 단맛을 내기 위해 흔하게 쓰여져 왔다. 일부는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에서 단맛을 내기 위해서 사용된다.

심지어 중국산 수입 김치의 약 85% 제품에 아스파탐이 원재료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스파탐의 발암 물질 분류 가능성에 식음료 업계는 벌써 '아스파탐 손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른 인공감미료로의 대체를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는 업체들까지 '우리는 아스파탐을 쓰지 않는다'며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일부 막걸리는 그 사이를 틈타 '무(無)아스파탐 마케팅'까지 펼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아스파탐 첨가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향후 '감미료 포비아(공포증)'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보건당국, 그리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공포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아스파탐은 식약처에서 허용된 식품 첨가물이고, 극소량 사용할 경우 인체에 무해하다는 논리다.

식약처에 따르면 아스파탐이 건강에 위해를 끼치기 위해서는 60㎏인 성인이 다이어트 콜라(1캔 250㎖·아스파탐 약 43㎎ 기준)를 하루에 55캔 이상을 매일 마셔야한다. 사실상 하루에 이렇게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없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식약처는 아스파탐 일일섭취허용량(ADI)만 지킨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DI는 사람이 일생 매일 먹더라도 해로운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체중 1㎏당 1일 섭취량을 말한다.

식약처가 발간한 '2019년 식품첨가물 기준·규격 재평가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은 ADI의 0.12% 정도다.

전문가들도 아스파탐은 일일섭취허용량만 지킨다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의사 출신 방송인 홍혜걸 의학박사도 최근 SNS를 통해 "이번에 발표된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은 가장 낮은 등급인 2B 발암물질"이라며 "2B 발암물질엔 전자파·김치·알로에·은행잎 추출물 등이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성은 김치와 같은 등급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IARC는 아스파탐을 2B군으로 분류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2B군엔 엔진에서 분출된 가솔린 뿐 만 아니라 김치·피클과 같은 절임 채소류, 알로에베라, 전자파 등이 포함돼있다. 암을 유발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것들이다.

아스파탐의 발암 물질 분류 여부는 오는 14일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아스파탐이 그룹 2B로 지정된다고 해서 아스파탐 사용이 전면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허용량 기준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높다.

지금도 많은 소비자들이 섭취하고 있는 인공감미료를 일방적인 괴담 식으로 몰아가선 안된다. 차분히 정확한 과학적 사실을 따져보고, 과도한 아스파탐 공포감 조성·확산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