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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밤에도 학부모 전화…교사들, SNS는 꿈도 못 꿔"

등록 2023.07.28 05:00:00수정 2023.07.28 0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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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KCI 등재 연구…초등교사 8명 심층 인터뷰

"전화 받았더니 웃으며 '제가 깨웠죠?'…화 치밀어"

"교사 개인번호 노출 안 해도 되도록 법·제도 필요"

[대전=뉴시스] 김도현 기자 =지난 26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 시청 북문 앞 보라매공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를 기리는 추모제에서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적혀있다. 2023.07.26.photo@newsis.com

[대전=뉴시스] 김도현 기자 =지난 26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 시청 북문 앞 보라매공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를 기리는 추모제에서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적혀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소통으로 인한 교사들의 스트레스는 이전부터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윤주 서울홍파초 교사와 김갑성 한국교원대 교수는 지난 2016년  초등교사 8명을 심층 인터뷰해 '학부모와의 휴대전화 의사소통으로 인한 초등교사 스트레스에 관한 사례 연구'를 작성했다. 이 논문은 2017년 한국교원교육연구 학술지에 실렸으며 KCI(한국 학술지 인용 색인)에도 등재됐다.

교사들은 연구진에게 '시도 때도 없이 너무 쉽게 연락이 가능한 점이 가장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연구진은 "교사라면 누구나 비상시를 대비해 학부모와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교사의 휴대전화 번호는 더 이상 '비상 연락처'가 아닌 '수시 연락처'로 변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당시 12년차 교사였던 A씨는 "아침, 저녁, 밤, 주말 시간대를 가리지 않는 학부모들도 있다"며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새벽에 전화 온 경우도 (있다)"라고 토로했다.

9년째 담임을 맡아 온 B씨는 "아이 재우다 지쳐 잠들었는데, 학부모에게 전화가 와 다급하게 받았더니 별 내용도 아니었다"며 "'호호호. 선생님 되게 일찍 주무시네요? 제가 깨웠죠?' 이러면서 웃는데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부모의 연락이 부당하더라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로 인해 교사들의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교사들은 피로나 짜증을 느끼고 일상생활에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되면서도 학부모의 연락에 성실하게 응답하게 된다"며 "'읽었는데 왜 답이 없느냐'는 독촉을 받으면 그 스트레스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의 개인 연락처가 학부모들에게 당연하듯 공유되는 탓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에도 상당한 제한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SNS가 보유한 연락처와 연동돼 '친구 추가'가 되고, 이로 인해 학부모가 교사의 SNS 프로필이나 활동 내용에 쉽게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년차 교사인 C씨는 교장·교감으로부터 "학부모들이 다 보고 있으니 카카오톡에 개인적인 프로필 사진이나 '힘들다'는 식의 상태메시지를 일절 쓰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다고 토로했다.

3년차 20대 교사인 D씨는 "나는 친구들이랑 노는 것을 좋아하는 보통의 20대인데, 학부모에게 보여도 될 만한 얌전한 사진과 얌전한 알림말만 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진은 "교사가 SNS를 사용하는데 있어 외부에 의해 강제되는 제한은 없지만, 자기검열 과정을 통해 SNS 상에서 자기표현을 제약하며 살 수밖에 없는 교사들이 있다는 점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업무용 핸드폰을 따로 마련하거나, 같은 핸드폰에서 두 가지 번호를 사용하는 '투넘버 서비스'에 가입하는 식으로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고 있었다. SNS 계정을 탈퇴하거나 아예 스마트폰 사용을 포기했다는 교사도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8명 중 2명은 학부모의 휴대전화 소통으로 스트레스를 겪으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16년차 교사인 E씨는 연락 응답의 기준을 세워 작은 수준의 스트레스만 받고 있었지만, 5년차 교사인 C씨는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뭔가 문제가 될 때마다 '선생님이 그렇게 안 해주셔서 이렇게 됐잖아요'라는 식의 말을 듣다보니 다 제 잘못인 것처럼 느껴진다"며 스트레스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었다.

연구진은 "교사가 학부모에게 개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노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와 더불어 교사의 근무 외 시간에 학생에게 발생할 수 있는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연락하지 말아야 할 시간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 업무용 휴대폰을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6일 초등교사 16명과 교권보호 간담회를 마친 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대해 "근원적으로 학부모 교육도 많이 강화돼야 한다"며 "교사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교 민원 대응 시스템 개선 등을 포함한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교권 회복 관련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해 초등학교 교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 하고 있다. 2023.07.2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교권 회복 관련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해 초등학교 교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 하고 있다. 2023.07.26.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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