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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박리 놓친 응급실 의사 2심 '징역형'…"과도한 처벌"

등록 2023.08.18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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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 받아

"의료사고 과도한 형사처벌 필수의료 붕괴"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전공의 시절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해 재판을 받아온 응급의학과 의사가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의료계에서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2022.03.11.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전공의 시절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해 재판을 받아온 응급의학과 의사가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의료계에서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2022.03.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전공의 시절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해 재판을 받아온 응급의학과 의사가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의료계가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입장문을 내고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의료행위 과정에서 간혹 정확한 진단을 놓치는 것과 같은 오류를 범할 수 있어 의사의 수련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고, 오랜 수련과 상당한 임상경험을 거친 의료인에게만 고도의 수준을 요구함이 상식적으로 당연한 것임에도 법원이 1년차 전공의의 진단 잘못을 이유로 징역형까지 선고한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처벌의 남발이 방어진료와 위험과목 지원 기피현상을 초래해 오히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임을 끊임없이 강조해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 법원의 이번 판결이 필수의료 몰락이라는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의료 상황에 새로운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또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결국 필수의료의 완전한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의료사고에 대해 형벌을 내리는 경향이 과도하다며 사법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의료사고에 대해 일본의 200여배, 영국의 900여배에 이르는 기소율과 이에 따른 높은 유죄 판결율을 나타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사고의 과도한 형벌화 경향’에 대한 사법부의 책임성 높은 인식전환만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며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들이 마음 놓고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진료 환경이 하루 빨리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2심 판결과 관련해 응급의료의 불확실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필수의료 붕괴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전공의 시절 응급실에서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한 의사가 실형을 선고받아 사건 발생 9년 만에 전문의 면허가 취소되게 됐다"면서 "업무상 과실치상을 적용한 이번 형사판결에 대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실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환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방문하는 곳이며 당연히 향후 경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곳"이라면서 "응급실에서 완전무결한 최종진단을 하지 못했다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응급의학과 자체가 존재의 의미가 없고 2500명 응급의학 전문의들과 460명의 전공의들은 모두가 범죄자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판결은 단순히 전공의 1년차에 대한 잘잘못이 아닌 응급의료에 대한 사망선언이고, 필수의료의 붕괴를 더욱 앞당기게 될 것"이라면서 "응급실의 수용거부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향후 더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떠돌다가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사법당국에 있다"고 말했다. 의사회가 전문의들의 서명과 탄원서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과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고와 같이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이탈이 더욱 늘어날 것이고, 전공의 지원율 하락으로 정상적인 응급의료체계 운영도 불가능해질 것"이라면서 "응급의료를 소생시키려면 책임지지도 않을 무조건적인 응급환자 수용 강제 법안을 즉각 철회하고 응급환자진료에 대한 개인의 형사책임을 감면해주고 국가 책임보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의 심각성을 인식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응급의료전달체계 논의, 응급실 수용거부금지 논의에서 법적 책임에 대한 문제해결 없이는 더 이상의 논의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논의체 위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4년 응급의학과 1년차 전공의는 흉부통증 등의 증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를 급성 위염으로 진단해 진통제를 투여한 후 환자의 증상이 완화되자 퇴원조치했다. 하지만 환자는 이후 의식을 잃고 병원에 이송돼 대동맥박리 진행으로 인한 양측성 다발성 뇌경색 진단을 받고 인지기능 소실과 사지마비의 뇌병변 장애를 입었다.

서울고등법원 제9형사부는 지난 17일 업무상과실치상과 의료법 위반 공소사실로 기소된 의사에게 징역 6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대로 형이 확정될 경우 해당 의사는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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