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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공유, OTT 끊기, 본가行…허리띠 졸라매는 청년들

등록 2023.10.10 15:01:28수정 2023.10.10 17: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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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부담 커지며 지출 줄이기 고민

9월 외식 물가 상승률 4.9%…평균 상회

"숨만 쉬어도 돈 나가…외식비부터 컷"

"OTT 구독 등 불필요한 지출 줄이기로"

"통근 길어도…" 생활비 부담 독립 포기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외식 비용·교통비 등 생활 관련 전반에 걸쳐,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20~30대 청년가구가 휘청이고 있다. 특히 교육 기회와 즐길거리가 몰린 서울을 떠나, 본가로 돌아가거나 점심 시간 때 도시락을 나눠먹는 풍경도 보였다. 사진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2023.10.05.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외식 비용·교통비 등 생활 관련 전반에 걸쳐,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20~30대 청년가구가 휘청이고 있다. 특히 교육 기회와 즐길거리가 몰린 서울을 떠나, 본가로 돌아가거나 점심 시간 때 도시락을 나눠먹는 풍경도 보였다. 사진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2023.10.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 서울 성북구 대학가 원룸에서 자취하던 취업준비생 최수현(27)씨는 최근 본가가 있는 충남 천안으로 아예 돌아갔다. 최씨는 "취업 준비만 해도 교제비나, 인강비 등 여러 비용이 드는데, 물가가 오르면서 생활비에도 큰 부담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외식 비용·교통비 등 생활 관련 전반에 걸쳐 물가가 오름세를 거듭하면서 20~30대 청년가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의 자취방을 정리하거나, 점심을 사먹는 대신 도시락을 싸고, 즐겨 보던 영화·드라마 구독 서비스를 끊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4.9%였다. 이는 전체 평균(3.7%)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치였다.

특히 외식 부문 39개 품목 중 31개(79.5%)가 평균을 넘었다. 지난 2021년 6월 이후 28개월째,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상황이다.

실제 짜장면, 김밥 등 서민 음식이라 할 수 있는 품목들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봐도 하나같이 상승 일로다. 소비자원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기준 짜장면의 평균 가격은 6992원으로, 지난해 8월(6300원)보다 10.9% 상승했다.

삼계탕은 지난해(1만5462원)보다 8.9% 오른 1만6846원이었고, 비빔밥도 지난해(9654원)와 비교해 7.9% 상승한 1만423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삼겹살(200g·1만9150원), 김치찌개 백반(7846원), 김밥(3215원), 칼국수(8962원), 냉면(1만500원)도 4.2%~6.9% 올랐다.

외식 물가 상승에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청년들은 식비를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뉴시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100)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이는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100)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이는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전남 광양에서 상경해 동대문구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김모(22)씨는 일주일에 두 번, 친구들과 도시락을 같이 나눠 먹는다고 한다. 김씨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서울살이에,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식비를 아끼기 위함"이라며 "이렇게라도 아껴야 그나마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30대 직장인 정모씨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직장 동료들과 도시락 반찬을 갖고 와 나눠 먹는다"라며 "점심에 나가서 먹으려고 하면 기본 1만원 이상은 깨져 다 같이 도시락을 싸 와 공유하는 식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일명 '무지출 챌린지'(불필요한 소비를 최대한 줄이려는 움직임)는 유튜브 프리미엄,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 취소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서울 관악구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오모(31)씨는 최근 애용하던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 구독을 취소했다. 오씨는 "고물가에 넷플릭스를 보는 것도 사치가 되더라"라며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보면서, 불필요한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몸을 웅크려야 할 때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일부 청년들은 독립생활을 접고, 부모님이 사는 지방 본가로 살림을 합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임대차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실제 지난 2분기(4~6월) 가계가 이자 비용으로 쓴 돈은 월평균 13만1000원으로, 이는 지난 2006년 이후 전 분기를 통틀어 가장 많은 금액이었다. 또 이는 2분기 월평균 소득 479만3000원의 2.7% 수준으로, 소득 대비 이자 비용 비율도 역대 최대였다.

4년째 직장 생활 중인 지모(28)씨는 서울 자취방을 내놓고, 부모님이 사는 인천 집으로 들어갔다. 지씨는 "서울에 있는 회사까지 통근에 1시간30분 넘게 걸린다"면서도 "월세를 더 올려달라는 집 주인 요구와 생활비 부담에 결국 재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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