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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혁신 실종·무기력증에 빠진 민주당의 '정신 승리'

등록 2023.11.17 11: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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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혁신 실종·무기력증에 빠진 민주당의 '정신 승리'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민주당 입장에선 허가 찔린 거죠."

지난 9일 본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던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조 섞인 한마디였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철회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본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 법안 처리와 더불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 이정섭 검사 탄핵안까지 함께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탄핵안 처리 강행을 막기 위해 그간 준비해 온 필리버스터를 포기하며 민주당은 본회의 산회를 막지 못했다.

민주당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당혹스러워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절치부심한 국민의힘의 연속적인 공약 발표에 당내 분위기가 술렁였다. 김포의 서울시 편입 등을 두고 당 지도부는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이슈를 이끌어갈 소재조차 찾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의원들 사이에서 감지됐다. 그럼에도 당내서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메가 서울' 등 이슈들이 여당의 헛발질 정책일 뿐 여기에 민주당이 일일이 대응할 필요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의힘의 전략을 예상하진 못했지만 노란봉투법 등 법안 통과라는 소기의 성과는 이뤄냈다는 소위 '정신 승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에선 이슈파이팅에 대한 목소리뿐 아니라 혁신에 대한 외침도 자취를 감췄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안이 당 차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주당은 정치혁신 경쟁에서는 연일 발을 빼는 모습이다. 의원들의 비위가 당 지지율에 악재였던 순간에만 혁신을 외칠 뿐, 이슈가 사그러들자 내년 총선을 위한 선출직 공직자 평가 '5대 비위 사건'에 돈봉투 사건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에 한 민주당 의원은 "사건 연루 의원을 잘 분류해서 '이건 혐의가 확실하니 안 된다, 이건 의원이 억울하지 않겠느냐' 구분해 쳐주는 것이 혁신 공천의 첫 번째 모습일 텐데 지금 모습은 당이 혁신엔 손을 안 대고 싶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대신, 민주당이 앞장서고 있는 건 세 과시다. 당의 미미한 존재감을 탄핵안 발의로 대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최근 탄핵안이 발의됐던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총괄한다. 거대야당의 폭주라는 비판을 넘어 이제는 이 대표에 대한 '방탄 탄핵'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데도 민주당은 자당을 향해 쓴소리를 낸 이원석 검찰총장, 의원들 심기를 불편하게 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을 향해서까지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당초 탄핵이 추진되던 다른 2명 검사의 비위 사실, 이름조차도 의원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민주당의 현실이다.

결국 이 모든 현상은 민주당의 '안일주의'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힘자랑하는 민주당에 효능감을 느끼는 강성 지지층을 잡으려는 모습만이 부각될 뿐, 정책이든 혁신이든 민주당만의 새로운 제안이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실정으로 지지율 유지 또는 반등 기회가 남아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민주당이 오는 12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의혹 등에 대한 쌍특검 처리에 칼을 갈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총선이 5개월 가량 남은 시점에서 정책이나 혁신으로 승부하려는 대신 상대방 실수에 기대 존재감 부각을 바란다면 자신의 능력 부족을 자인하는 셈이다. 탄핵안 처리에 힘을 쏟는 거대 야당이 아닌 중도층까지 정책으로 매료시키는 대안 야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내부 목소리에 매몰돼 시야가 좁아지는 것을 두고 '허가 찔렸다'고 둘러대는 변명은 유효기간이 길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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