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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서 장애인고용 '0', 싸구려 매너…명품의 품격은 없나

등록 2024.01.24 17:36:38수정 2024.01.24 18: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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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서 장애인고용 '0', 싸구려 매너…명품의 품격은 없나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뉴스를 보다 보면 가장 핫 한 키워드 중 하나가 '명품'이다. 국내에서 명품 판매는 날로 늘고 있지만, 수많은 기사 댓글들 중 상당수는 부정적이다.

여론은 명품의 잦은 가격 인상에 불만을 표하거나, 성의 없는 소비자 대응 등 오만한 행태를 거세게 비난한다.

이처럼 명품에 대한 소비자의 '애증', '왜곡된 소비' 그 배경엔 해외 명품 업체가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지난달 정부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이행 노력도 하지 않은 기업 리스트를 공개했다.

그중 2022년 한국 시장에서 5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린 '프라다(PRADA)코리아'는 10년 넘게 장애인 근로자를 단 1명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프라다코리아는 2022년 말 기준 전체 근로자 733명 중 22명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는데 그 의무를 어기고 10년 넘게 장애인 직원 고용을 외면해 온 것이다.

판매 제품은 '명품'이라지만, 장애인 고용 인식은 '명품 답지 못하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명품 답지 못한' 행태는 비단 프라다 만의 얘기가 아니다.

2022년 이른바 3대 명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중 한국시장에서 1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최고 매출을 올린 루이비통(Louis Vuitton)은 기준 없는 주먹구구식 소비자 대응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루이비통은 특정 해에 생산한 일부 제품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지속되자 제품 교환 접수를 받았지만, 교환 관련 기준이 들쭉날쭉해 소비자 불만만 키웠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명품이지만, 어떤 매장에선 악취가 나도 소비자 관리 부주의 등의 이유로 제품 교환을 거부했고 또 다른 매장에선 바로 제품을 교환해줘 이른바 '복불복 교환'이란 논란이 일었다.

이런 지적이 이어졌지만, 루이비통은 교환 관련 뚜렷한 기준을 내놓지 않았고 여전히 악취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만 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구찌(Gucci) 역시 명품 답지 못한 '싸구려 매너' 논란을 자초한 브랜드 중 하나다.

구찌는 지난해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개최한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이후 밤늦게까지 벌어진 뒤풀이로 소음을 유발해 놓고 소극적 자세로 대처해 비난을 받았다.

당시 구찌가 내놓은 사과문은 한 줄짜리로, 그마저도 일부 매체 및 일부 기자들에게 제한적으로 보내 '성의 없이, 소리 없이' 사과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이처럼 명품 업체가 국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를 두고 '명품이 명품 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명품의 이런 오만한 태도가 보도되면 소비자들은 우르르 몰려와 명품을 거세게 비난하다가도, 가격 인상 소식에 달려가 오픈런(가게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가 구매하는 행위)을 일삼고, 구하기 어려운 명품이라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한다.

명품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이러한 애증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코로나19 기간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하다 지난 연말부터 잠잠하나 싶었던 명품 업체들은 새해부터 다시 릴레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1월 1일 에르메스(Hermes)를 시작으로 명품 업체의 가격 인상 소식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업데이트되고 있다.

명품이 갖춰야 하는 '품격'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려는 '탐욕'이 올해는 또 얼마나 두드러지게 반복될까.

새해는 부디 명품이 명품 다워지길, 소비자도 품격을 갖춘 명품을 가려내는 선구안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평가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가치 소비'가 명품 카테고리에서만 비껴가선 안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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