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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축구 리빌딩①]무능이 소환한 고질병, 이젠 바꿔야

등록 2024.03.3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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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우승 실패…한국 축구 망친 클린스만

'하극상'·'카드 놀이'·'유니폼 뒷거래' 논란 지속

숨어버린 정몽규 회장…해명하기 바쁜 축구협회

뿔난 '붉은 악마' 시위…손흥민은 은퇴 시사까지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논의를 위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로비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24.02.15.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논의를 위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로비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24.02.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무능한 대한축구협회에 한국 축구가 또 휘청였다.

한국 축구는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 체제에서 4년간 구슬땀을 흘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이란 업적을 이뤘다.

토너먼트에서 세계적인 강호 브라질을 만나 1-4로 완패해 탈락했지만,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 포르투갈 등을 상대로 주도하는 축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월드컵 전 벤투 감독과 재계약에 실패한 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의 주도 아래 새 사령탑으로 수년간 현장을 떠나있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데려와 앉혔고, 결과적으로 이때부터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

앞서 독일과 미국 대표팀에서 실패한 감독으로 낙인찍혔던 클린스만은 한국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상주를 약속했던 그는 K리그를 외면한 채 해외를 돌며 외신 패널로 등장해 논란을 불렀다.

[알라이얀(카타르)=뉴시스] 김근수 기자 =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요르단 대 대한민국의 경기가 요르단의 2:0으로 승리로 대한민국의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2024.02.07. ks@newsis.com

[알라이얀(카타르)=뉴시스] 김근수 기자 =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요르단 대 대한민국의 경기가 요르단의 2:0으로 승리로 대한민국의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2024.02.07. [email protected]

우려는 2023 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현실이 됐다. 선수들의 능력으로 겨우겨우 준결승전까지 진출했으나,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요르단에 0-2 충격패를 당하며 짐을 쌌다.

충격은 대회가 끝난 뒤에도 계속됐다. 한국 축구 '차세대 간판'으로 기대 받았던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요르단과의 4강전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일부 동료들과 탁구를 치려다 이를 제지한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물리적으로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의 오른 손가락 중지가 탈구됐다.

대표팀 내 선수 간 충돌이 없었던 일은 아니지만, 막내급인 이강인이 주장에게 물리적으로 대든 '하극상 사건'은 팬들은 물론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축구협회는 뒤늦게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후임 감독 선임을 머뭇거리다 4월 파리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둔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을 소방수로 선임해 겨우 급한 불을 껐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논의를 위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리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축구 팬들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24.02.15.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논의를 위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리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축구 팬들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24.02.15. [email protected]

혼란이 수습되는 듯했으나, 곧바로 '카드 사건'이 터졌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진행된 전지훈련 기간 협회 직원과 선수들이 밤늦게까지 '카지노 칩'을 동원해 돈을 걸고 카드놀이를 한 사실이 알려졌다.

축구협회는 가장 많이 잃은 참가자가 4~5만원 정도라며 '내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여러 차례 도박판이 열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어 3월 태국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2연전을 앞두고는 협회 직원의 대표팀 유니폼 뒷거래 의혹까지 터지며 팬들의 실망은 더 커졌다.

아시안컵에서 대표팀 지원 업무를 맡은 직원이 붉은색 홈 유니폼을 빼돌리는 바람에 수량이 부족해지자 어쩔 수 없이 요르단과의 준결승에서 검은색 원정 유니폼을 입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 축구 팬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을 경질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2024.02.15.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 축구 팬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을 경질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2024.02.15. [email protected]

축구협회는 요르단전은 한국의 AFC 경기계획에 따라 원정팀이었고, 조사 결과 팀 내 유니폼 수량 부족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다만 담당 직원이 요르단전 유니폼과 관련해 대표팀 입장을 적극적으로 관철하지 않은 부분은 인정했다.

이처럼 계속되는 논란에도 축구협회는 개선의 의지 없이 해명하기에만 바빴다.

또 문제의 클린스만 감독을 데려오고, 축구협회 내부 단속에 실패한 정몽규 회장은 얼굴을 숨긴 채 사태를 방관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02.16.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02.16. [email protected]

손흥민에게 대들었던 이강인이 여러 차례 사과하고,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정 회장은 클린스만 경질 때만 잠깐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심지어 선수 보호의 책임이 있는 축구협회와 클린스만 전 감독은 문제를 선수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마저 보였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 실패가 손흥민과 이강인의 싸움 탓이라고 말했고, 축구협회도 이례적으로 둘의 갈등을 빠르게 인정했다.

축구협회가 헛발질하는 사이 월드컵 16강까지 올랐던 한국 축구는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이 알려져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고,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에만 7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위약금을 내 조롱거리가 됐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논의를 위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리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한 축구 팬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24.02.15.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논의를 위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리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한 축구 팬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24.02.15. [email protected]

한국 축구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국가대표 서포터즈 '붉은 악마'는 성명서를 내고 정몽규 회장을 포함한 지도부 전원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축구회관 앞에 근조화환을 놓고 정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실망한 건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후배의 하극상을 겪은 데다 아시안컵 우승까지 실패한 손흥민은 요르단전이 끝나고 작심한 듯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또 소속팀 토트넘(잉글랜드) 복귀 후에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주였다"며 클린스만 체제에서 아시안컵을 뛰는 게 매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2010년 남아공,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원정 16강 등의 성과를 낸 한국 축구는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점차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는 듯했지만, 이번 아시안컵 사태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고질병을 다시 앓았다.

일련의 사태가 또 반복되지 않으려면, 협회부터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위기는 언제든 한국 축구를 덮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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