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유예? 합동 기자회견?…정부도 의료계도 '혼선'
정부 의료계 의대증원 유예 제안 두고 오락가락
의대증원 조정 가능성 언급 뿐 실질 행동은 없어
총선 이후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 성사도 불투명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의대정원 확대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8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4.08. [email protected]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 조정의 가능성을 내비쳤고, 의료계도 소통 창구를 단일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정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마련되는 듯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의대 2000명 증원 계획과 관련해 "정부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비대위 회의 직후 브리핑을 갖고 총선 이후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함께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 1년 유예를 두고 입장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전날 오전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1년 유예를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겠지만,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연 긴급 브리핑에선 “(의대 증원) 1년 유예에 대해 내부 검토된 바 없으며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날 오전에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어떤 의미였느냐"는 물음에는 “결정을 바꾸려면 그에 합당한 수준의 과학적 근거들을 제시하고 통일된 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가 먼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통일된 안을 제시하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두고 합리적이고 통일된 안을 먼저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임 당선인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은 2천명 증원은 최소 규모라고 밝혀 '늘릴 수 있다'고 해석됐고,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천명은 절대적 수치가 아니라며 '줄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면서 "또 국무총리는 2천명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고 밝혀 '줄일 수 있다'고 해석됐고, 복지부 장관은 2천명에 대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혀 '줄일 수 있다'고, 차관은 2천명 방침은 유효하다고 밝혔다"면서 "지금 무정부 상태인가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근거에 입각한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제시하면 논의가 가능하다"면서 "의협에 대안부터 제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긴급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1년 유예는 내부 검토된 바 없고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2024.04.08. [email protected]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교육부 프로세스를 중단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면서 "정부에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달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에 매몰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의료계가 먼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의료계와 입장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의대 2000명 증원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며 의대증원 규모를 재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말뿐 실질적인 행동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의료계와의 실질적인 타협점을 찾지 않으면 결국 의료시스템은 망가져 회복이 불가능해지고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가 총선 후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예고했지만,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임 당선인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사태 해결을 위한 과제로 꼽힌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합동 기자회견에 합의한 적 없다"고 했고, 임 당선자도 "의협 비대위의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본인의 뜻과 달랐다"고 밝혔다.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전날 "임 당선인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의협 대의원회와 비대위에 전달했다"면서 "혼선을 정리하고 다원화된 창구를 의협으로 단일화해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이 14만 의사회원과 의대생들을 위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