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육상 전민재 "연맹 임원 반대로 생활보조 지원 못 받아"[파리 패럴림픽]
100m 결선서 7위…후회 없는 역주
[파리=공동취재단]장애인 육상 전민재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 결선을 마친 뒤 스마트폰을 이용해 미리 준비한 소감문을 전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레이스를 마치고 경기장 밖 바닥에 앉은 전민재는 취재진 앞에서 편지를 빼곡히 적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엄지발가락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다섯 살 때 원인 모를 뇌염으로 뇌병변 장애를 얻은 전민재는 단어를 발음하거나 글씨를 쓰기 힘든 상태지만,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소통하고 있다.
전민재는 스마트폰에 쓴 편지를 음성으로 변환해 취재진에게 들려주다 연신 눈물을 훔쳤다.
4월 눈을 감은 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구간에서는 고개를 떨구고 울었다.
전민재는 "자나깨나 항상 내 걱정과 '우리 (전)민재 최고'를 외치며 응원해 주시던 아버지가 지금은 곁에 안 계시고 하늘에서 보고 계실 텐데, 아버지께 메달을 선물로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패릴림픽이 될 것 같아서 메달을 꼭 따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해드리고 싶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파리=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전민재가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여자 육상 100m T36등급 결선에서 결승선을 7위(14초95)로 통과한 뒤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2024.09.05. [email protected]
전민재는 선수 생활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레이스에서 후회 없는 역주를 펼쳐 보이고 싶었다.
비록 순위는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전민재는 한 번 더 도전하겠다고 결심했다.
전민재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전민재는 딱 2026 나고야·아이치 장애인아시안경기대회까지 하려고 한다"며 "그때가 정말 마지막이다. 트랙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가 전민재라서다. 그래서 은퇴하지 않으려고 한다. 딱 그때가 마지막이다. 그때까지 전민재 선수를 기억해 주시라"고 말했다.
전민재는 연맹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그는 "올해는 생활보조가 들어올 수 없어서 훈련하는 데 불편함이 많다. 몇 년 동안 엄마가 생활보조로 들어오셔서 제 옆에서 손발이 돼 챙겨주셔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는데, 엄마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게 많아서 운동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밝혔다.
[파리=공동취재단]장애인 육상 전민재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 등급 T36) 결선을 마친 뒤 스마트폰을 이용해 미리 준비한 소감문을 전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그는 "난 손이 불편하고 말을 못 해서 생활보조가 누구보다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육상연맹 임원 한 분이 강력하게 반대해서 올해 생활 보조가 함께할 수 없었다"며 "내 입장에선 너무 억울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맹(임원)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부당하게 '전민재 선수는 생활보조가 없어도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했다"면서 "내 의사는 1%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임원의 반대로 엄마가 생활보조로 들어올 수 없었다. 연맹 측에서 사적으로 권력 남용을 해도 되는지 의문스럽다"며 "4월에 있었던 익산선수권대회도 생활보조가 없어서 불참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장성준 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가 많다 보니 예산적 부분이 있었다"며 "우리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해 선수에게 필요한 부분을 케어했지만, 어떤 도움도 가족만큼 편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