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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 공격 제한적이면 대응 안 할 것"-NYT

등록 2024.10.25 08:22:35수정 2024.10.25 11: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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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 풀어 경제 개선하려는 신정부 계획 파탄 우려

미에 메시지 보내고 중동국에 이스라엘 협력 말라 경고

피해 크고 사상자 많으면 미사일 1000기 등 대응 준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란이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으나 공격 강도가 약할 경우 대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란이 군에 전쟁에 대비할 것을 명령했으나 가자지구와 레바논의 동맹 세력들이 궤멸하는 것을 본 뒤 전쟁을 피하려 애쓰고 있다.

이번 주 전화 인터뷰에 응한 이란 당국자 4명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군에 이스라엘 공격 대응 방안을 다수로 마련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란의 대응 범위가 이스라엘의 공격 강도에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격이 여러 곳에 피해를 입히고 사상자가 대량 발생할 경우 이란도 보복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공격이 군사 기지 몇 곳과 미사일, 드론 보관소에 국한될 경우 이란이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 당국자들은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의 석유 및 에너지 기반시설 또는 핵시설, 또는 고위 당국자 암살에 반드시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슬람혁명수비대 당국자 2명을 포함한 이들 이란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큰 피해를 입힐 경우 최대 1000발의 탄도미사일 공격, 이란 대리 세력의 공격 강화, 전 세계 에너지 공급과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이동 방해로 대응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전쟁을 원하지 않음을 공개적으로 밝힌다. 그러나 이스라엘 공격 대응 문제는 이란 지도자에게 쉽지 않은 과제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 여러 명이 살해된 상황에서 약하게 비쳐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압바스 아라치 이란 외교장관은 23일 러시아 언론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비례적으로 계산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최근 몇 주 사이에 중동 국가들에게 이스라엘 공격을 지원하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아라치 장관은 22일 쿠웨이트 기자회견에서 주변 국가들로부터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자국 영공을 사용하거나 자국 기지에서 연료 공급을 받도록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주 이란 당국자들은 상충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과 아라치 외교장관은 보복을 강조하면서도 절제된 반응을 했다. 한 지휘관은 이스라엘 공격이 보복 필요가 없을 수준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혁명수비대 한 고위 지휘관은 모든 시온주의자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와 가까운 정치분석가 나세르 이마니는 현 단계에서 이란은 이스라엘과 전쟁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으로 보지 않지만 분쟁이 장기화하면 서방과 타협해 제재를 풀고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신정부의 계획이 파탄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보복을 예상하는 이란은 최근 외교 노력을 크게 강화했다. 미국에 이스라엘이 자제하도록 해 전쟁을 피하고 싶다는 이면 채널의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아랍 및 튀르키예, 러시아, 중국 등과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펴고 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이번 주 카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났다. 푸틴은 회담에서 러시아와 이란이 중동 정세 전망이 “동일하다”면서 하메네이의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것으로 이란 국영 TV가 전했다.

이란은 30여 년 전 이라크와 전쟁한 이후로 이번처럼 심각한 외부의 위협을 받은 적이 없다.

이스라엘에 맞설 만큼 화력 갖추지 못해

[테헤란=AP/뉴시스]이란 시위대가 24일(현지시각)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이스라엘 폭격으로 숨진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오른쪽)과 사살된 야히야 신와르 하마스 지도자(가운데),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왼쪽) 사진을 들고 있다. 2024.10.25.

[테헤란=AP/뉴시스]이란 시위대가 24일(현지시각)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이스라엘 폭격으로 숨진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오른쪽)과 사살된 야히야 신와르 하마스 지도자(가운데),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왼쪽) 사진을 들고 있다. 2024.10.25.

미 캘리포니아 주 몬테레이 해군 대학원의 아프숀 오토스바르 교수는 “이란은 이스라엘과 맞서 싸울 수 있을 만큼의 화력을 갖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란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의 보복에 대비해 군대가 최고 경계 태세에 놓여 있으며 주요 군사 및 핵시설에 대한 대공방어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의 대응 계획 관계자 2명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와 전투를 지휘한 고위 장성들이 국경 지대로 파견됐다고 밝혔다. 이란이 전쟁할 경우 IS가 공격해 소요를 일으킬 것에 대비한 것이라고 했다.

이란의 정치 평론가 나세르 하디안은 이란이 수십 년 동안 미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헤즈볼라 등 민병대를 방어군으로 육성했지만 지금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 됐다”고 지적했다.

하디안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지휘 체계와 군사 기반시설을 궤멸시킴에 따라 이란의 셈법이 달라졌다고 했다.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한 억지력이 작동하지만 현재 헤즈볼라가 궤멸되면서 이란의 억지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란 화폐 리알이 최근 며칠 새 급락하고 금값이 급등했다. 이는 이란 경제가 위기에 처하면서 물가가 오르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란 정부는 24일 민간 드론 비행을 금지했으며 외국 항공사들 대부분이 이란 항공편을 중단했다.

이스라엘과 전쟁을 지지하는 세력은 강경 이데올로기 지지자에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이란 국민들은 원하지도, 지지하지도 않는 전쟁에 말려드는 것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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