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고 기상 관측, AI로 강수 예측…예보 정확도 높이는 사람들[현장]
기상청, 20~21일 제주 프레스 투어 진행
기상1호 1척으로 160일 동서남북 바다 살펴
AI로 초단기 강수 예측…정확도 95%"
인공 구름·강우 생성…"산불 진화 목표"
[서울·제주=뉴시스] 오정우 기자 = '기상 관측의 선봉장'이라는 평가를 좋아한다는 류 선장은 지난 2011년에 처음 출항한 이래 아직도 한 번 바다에 나가면 열흘은 꼼짝없이 바다에 머문다. 사진은 기상 관측선 '기상 1호'의 모습. 2024.11.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0일 오후 5시께 제주 서귀포항에 정박한 기상 관측선 '기상1호' 앞에서 만난 류동균 선장은 이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기상 관측의 선봉장'이라는 평가를 좋아한다는 류 선장은 지난 2011년에 처음 출항한 이래 아직도 한 번 바다에 나가면 열흘은 꼼짝없이 바다에 머문다.
류 선장은 "기상 관측선은 우리나라 동서남북을 실시간으로 이동하며 관측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부터 일본 나가사키까지 주변 해역을 돌아다니며 고층·해상·해양·대기 환경을 입체적으로 관측한다"고 말했다.
특히 류 선장과 18명 내외의 선원은 가을철 태풍·해저 지진이 근해에서 발생하면 곧장 바다로 나갈 짐을 싼다.
[서울·제주=뉴시스] 오정우 기자 = 해수수온염분측정기(CTD)는 수온·염분을 조사하는 데 쓰인다. 사진은 CTD를 내리는 모습. 2024.11.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바다로 나간 이들이 기상 상황을 파악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오전·오후 9시에 풍선을 띄워 대기 환경을 파악한다. 태풍의 진로 등 해양 환경은 '표류 부이'를 바다에 띄워 알 수 있다. 해수수온염분측정기(CTD)는 수온·염분을 조사하는 데 쓰인다.
실제로 류 선장은 취재진을 향해 CTD로 염분을 관측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수심 최대 3000m까지 CTD가 오르내리는 데 채 2분도 걸리지 않았다.
CTD로 1·3·5·7·9·11월마다 서해·남해먼바다에 위치한 13개 포인트를 관측하면 'Glosea5' 모델에 입력되고 예보 자료로 활용된다. 그렇게 기상 1호는 1년에 160일 정도를 뭍이 아닌 바다에서 보낸다.
기상 관측선을 포함해 기상청은 지난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제주에 위치한 국가태풍센터·국립기상과학원 등을 소개하는 프레스 투어를 진행했다. 기상청은 실측 자료와 함께 인공지능(AI) 기술로 예보·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제주=뉴시스] 오정우 기자 = 기상청은 실측 자료와 함께 인공지능(AI) 기술로 예보·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AI 기술을 활용해 국가태풍센터에서 예보하는 모습. 2024.11.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표적으로 국립기상과학원은 AI로 강수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이혜숙 기상청 인공지능기상연구과 과장은 "6시간 예측이 가능한 AI 기반 '초단기 정량 강수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며 "호우·폭염·강풍 인지·판단 의사결정과정 등 총 16개의 위험 기상 인지·판단 소프트웨어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올해 5~9월까지 ▲저기압형 ▲국지성 ▲지형형 ▲전선형 유형별로 모델 검증을 위한 실험에 착수했고 현재 '비가 오지 않는다'는 예보를 맞히는 정확도가 95% 수준까지 올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기상 정보 자료와 동네 예보 사이에 불일치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음성 및 텍스트 기반의 기상-AI 검색기'를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이현수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장도 태풍의 중심·경로를 예측하는 데 AI를 활용한 모델이 주요하다고 꼽았다. 그는 "'태풍의 눈'을 예상하는 게 관건인데 기상청에서는 현재 AI 예측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며 "예보 정확도가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국가태풍센터는 지난 6월 태풍의 중심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태풍 현업 시스템'을 현업에 적용했고 태풍의 크기·강도·범위를 짚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서울·제주=뉴시스] 오정우 기자 = 아울러 제주 국립기상과학원은 인공 기술로 예보 정확도를 정밀화하는 데 나아가 산불 진화 등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103억원가량을 투입해 2022년 270평 규모로 첫 문을 연 이곳에서는 하루에 1~2차례씩 수백만개의 구름 씨앗과 인공 강우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사진은 구름물리실험 챔버. 2024.11.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제주 국립기상과학원은 인공 기술로 예보 정확도를 정밀화하는 데 나아가 산불 진화 등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103억원가량을 투입해 2022년 270평 규모로 첫 문을 연 이곳에서는 하루에 1~2차례씩 수백만개의 구름 씨앗과 인공 강우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차주완 기상연구사는 에어로졸 챔버에서 구름 챔버로 구름 씨앗을 생성·수송하는 일련의 과정을 직접 보이며 "구름을 통해 인공 강우를 흩뿌리게 되는데 소위 '보령댐' 하나의 연강수량을 채울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이곳은) 아시아 두 번째 규모의 챔버"라며 "45분만에 60도에서 -70도까지 낮춰 차가운 구름과 얼음이 자라는 데 중심이 되는 빙정핵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세계 최대 빙정 크기인 1000㎛(마이크로미터)의 빙정핵을 생성하는 데 성공한 국립기상과학원은 2028년까지 항공기를 통해 인공강우를 산불 진화에 쓰는 등 실용화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예보에 필요한 지원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1호 단 1척만으로 우리나라 주변 해역을 실측하는 상황이 이어져서다.
이현수 센터장도 "해상 실황과 태풍의 경로를 관측할 수 있는 '표류 부이'를 올해 8개밖에 뿌리지 못했다"며 "내년에는 15개로 늘리려고 하고 있으나 많이 뿌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는 "기상2호 등 대형 관측선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신속·정확한 기상 서비스를 위해 실제 관측과 관련한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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