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고감도 더듬이, 무라카미 하루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책을 읽은 후 독자들의 토론이 이어지는 작품을 쓰는 작가, 신작 발간 소식에 세계가 들썩이는 작가, 국경 세대 성별 문화를 초월해 베스트셀러를 낳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4)가 신작 에세이집으로 돌아왔다.
“나의 본업은 소설가요, 내가 쓰는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맥주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나는 맥주를 못 마셔서 우롱차밖에 안 마셔’라는 사람도 많으니 이왕 그렇다면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무라카미가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 이어 새로운 우롱차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내놓았다. 2009년 일본 패션월간 ‘앙앙’에 연재를 시작, 2012년 3월26일자로 막을 내린 ‘무라카미 라디오’의 세 번째 단행본이자 최종판이다.
“에세이를 연재하다보면 ‘꼭 쓰게 되는’ 토픽이 몇 가지 나온다. 내 경우, 고양이와 음악과 채소 이야기가 아무래도 많다. 역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는 것은 즐거우니까. 기본적으로 싫어하는 것, 좋아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되도록 생각하지 않기로, 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다.”
‘오페라 가수의 샴고양이’ ‘오믈렛을 만들자’ ‘수퍼샐러드가 먹고 싶다’ ‘쉰브룬 동물원의 사자’ ‘내가 좋아하는 가방’ ‘재즈는 듣습니까?’ 등 52편의 에세이를 엮었다.
“선물을 잘 고르는 사람을 보며 느끼는 것인데, 선물을 고를 때 에고가 드러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옷은 내 마음에 드네’라든가 ‘이 옷을 그 사람한테 입혀보고 싶네’라는 식으로 자신의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 잘 고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의 마음이 되어 물건을 고른다. … 개인적인 의견을 한마디 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고르기 힘든 선물은 넥타이다. 그리고 가장 자주 받는 선물도 넥타이다. 어째서일까?”
제품명은 달리 했지만 소설가 무라카미의 소소한 일상에서 우려낸 깊은 맛은 그대로다. 에세이마다 과장없는 문체, 촘촘한 미감, 천진난만한 매력이 녹아들었다. 작가 특유의 고감도 더듬이로 분명하면서도 섬세하게, 또 유쾌하게 포착해낸 일상의 조각들이 공감을 일으킨다.
“어떤 짐이든 부족함 없이 다 들어갑니다, 안심하고 맡겨주십시오-이런 친절한 가방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얘기하자면 길지만, 여행가방에 한해서는 내 인생은 그야말로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뭐 여자 때문에 시행착오를 계속하는 데 비하면 훨씬 편하고 돈도 들지 않지만.”
평소 낯가림이 심하기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펼치는 순간, 편안한 차림으로 동네를 산책하며 가끔은 수다스러워지는 무라카미를 만날 수 있다. 이달 100여컷의 일러스트를 담은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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