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리포트④]둘째는 커녕 첫째도 언감생심…저출산 필연적 결과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통계청이 10월 출생아 수가 2000년 이래 월간기준 최저라고 밝힌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차병원 신생아실에서 아기들이 잠을 자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인구동향'을 보면 10월 출생아 수는 3만16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9%(5100명) 감소했다. 올해 1~10월 누적 출생아 수는 34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줄며 역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201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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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맡길 데 없어 울며 겨자먹기 퇴사도 부지기수
출산도 빈익빈 부익부…저소득층은 출산 포기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지민(32·여)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통보 받았다.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였다. 첫째 때도 제도상으론 1년간 육아휴직을 할 수 있지만 허울 뿐이였기에 출산한 지 6개월 만에 일터로 돌아왔다. 두번째 임신 때는 회사의 눈총에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팀장은 김씨를 조용히 따로 불러 "임신해서 일을 하니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며 "출산휴가를 가면 다른 사람을 뽑을 계획인데 지민씨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다. "제가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답변을 원하신 건 아니지 않느냐"는 반문에 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만두란 얘기였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가 저출산·고령화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이를 많이 낳은 사람들을 우스갯소리로 '애국자'라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씨가 임신과 출산 과정을 경험하면서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김씨는 자신이 '야근 못 시키는 직원' 혹은 '빨리 그만두게 하고 새 사람으로 대체해야 하는 존재'로 여겨졌다고 토로한다.
◇'일·가정 양립' 어려워 아이 안 낳는다
듀오 휴먼라이프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미혼남녀의 출산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여성 네 명 중 한 명(22.5%)는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저출산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27.5%)을 첫 번째로 꼽았다. 2위는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26.7%)으로 나타났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힘든 문화인데다 아이를 키우기 위한 경제적 여력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실효성 없는 국가 출산 정책(8.7%)도 순위권(5위) 안에 들었다.
이 같은 지적이 팽배한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은 너도 나도 육아휴직 관련 이슈를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오는 추세다. 특히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현행 1년인 육아휴직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대선 공약에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법인지 여부가 문제다. 김씨에게도 법적으로 육아휴직 1년이 보장됐지만 현실에선 '남의 나라 얘기'였다.
◇양육의 벽에 부딪히다
육아휴직이 보장되는 직장에 다니는 부부라도 고충은 있다. 부모님이 봐 주시지 않는 한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이 끝난 후 지난해 복직한 직장인 정모(34·여)씨는 최근 경기 성남시에서 서울시로 이사했다. 어린이집 입소 경쟁률이 비교적 낮다고 판단해서다. 정씨는 "이사까지 감행한 후 어린이집 3개에 대기 신청을 해 뒀는데 맞벌이임에도 여전히 3개 모두 대기 상태"라며 "정말 회사를 못 다닐 판"이라고 털어놨다.
정씨는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지출하는 비용을 줄여볼까 했는데 불가능한 일"이라며 "어린이집을 다니게 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아이들이 오전 9시30분에 와서 오후 3시에는 돌아가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2065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부터 감소세로 전환한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여성 인력을 비롯한 인적자원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다.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에 따르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 경제활동인구 22만1000명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가장 큰 위협은 '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불안감이다. 육아는 남성과 여성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은 자리잡고 있지만 아직 사회는 이에 발맞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위해 불가피하게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면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여성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쪼들리는 부부들, 비자발적 딩크족이 되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엔 벌이가 적다는 판단도 젊은층이 출산을 포기하는 데 한 몫 한다.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던 초반에는 비교적 소득이 높은 전문직 맞벌이 부부가 본인의 인생을 즐기기 위해 택하는 인생 유형으로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계형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 계층이 '아이에게까지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는 이유에서 딩크족의 삶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갈수록 더해가는 주거불안이 이들의 출산 의지를 꺾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성인 부부에게는 주변 환경이 정비되지 않은 지역을 선택하거나 좁고 남루한 원룸에 사는 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얘기가 다르다. 부모들은 아이가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과 준수한 학군을 원하지만 소득이 적은 젊은 부부로서는 이 같은 조건을 만족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2014년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최근까지 무섭게 치솟은 주택 매매가 및 전세가는 신혼부부들의 출산을 더욱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19개국을 분석한 결과 주택가격 상승은 출산율 하락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주택가격지수가 1%포인트 증가하면 출산율은 0.072명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비용은 비탄력적이라 줄이기 어려운 항목인 만큼 높은 주거 비용은 가계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혼자는 만혼을 선택하고 결혼 가정은 출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의 요지다.
박진백 한국감정원 KAB부동산연구원 책임연구원·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20~30대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학자금 대출, 생활자금 대출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택가격의 상승은 사회초년생에게 추가로 대출받아야 할 금액의 증가분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박 책임연구원·이 부연구위원은 "빚으로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은 경제적 추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결혼이나 출산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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