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구속' 평온해진 삼성동 자택…주민들 "속이 다 후련"
취재진 속속 철수…경찰 경력도 줄어
홀로 등교하는 삼릉초 학생들…학부모들 안도
'출근 도장' 올림머리 미용사·가사도우미도 안 나타나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31일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 인근은 박 전 대통령 복귀 전의 평온을 되찾은 분위기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직후 지지자들이 삭발까지하며 격앙된 모습이었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3~4명만이 자택 앞에 남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침묵 시위를 이어갔다. 날이 밝아 자택 옆 삼릉초등학교 등교 시간대가 임박하자 그마저도 자리를 비웠다.
경찰이 질서 유지 차원에서 설치한 철제 펜스가 치워졌고 펜스에 걸려있던 박 전 대통령 지지 현수막도 모두 철거됐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를 떠나 자택으로 복귀한 후 지지자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이 곳을 찾아와 소란을 피웠다.
골목길을 점령한 탓에 경찰의 통제 없이는 차량이 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다. 삼릉초 학생들은 등·하교 불편까지 감수해야 했다.
시위·농성 장소를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로 자리를 옮긴 것이 주된 이유지만 수감자 신세로 전락한 박 전 대통령을 계속 지지할 동력을 잃었다고 판단하는 지지자도 여럿 있었다.
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후 택시를 잡던 70대 여성은 "집으로 간다"면서 "자식들 반대에도 억울하게 파면됐다고 믿어왔다. 구속이 (곧) 유죄라고 볼 순 없지만 구속된 마당에 뭘 더 하겠나. 배신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곁에 있던 또다른 여성 역시 "노인네가 집에 가야지. 어딜 가겠어. 나는 이제 그만할래"라고 손사래 치며 서둘러 떠났다.
다음달 10일까지 자택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던 박근혜지킴이결사대 측은 적은 인원 일지라도 침묵 시위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당선이란 기쁨을 함께 나눴던 주민들은 안도감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자택 인근에서 10여 년간 장사한 60대 김모씨는 "대통령이 됐다고 밖으로 뛰쳐나와 기뻐했는데 구속 되니 마음이 마냥 좋지는 않다. 구속까지 해야했냐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젠 안정을 되찾을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인근 빌라에 거주한다는 주민 이광영(67)씨는 "파면에 이어 구속까지 됐으니 이젠 수습할 차례"라며 "지도자들이 잘해줘야 한다. 조기 대선에서 깨끗하고 좋은 지도자가 나오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9살 딸 등굣길에 동행한 최모(35·여)씨는 "속이 다 시원하다. 이젠 동네가 조용해질 듯 하다. 애들을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낼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자택 인근에서 3년간 음식점을 운영했다는 여사장은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뭐라 할 수 없지만 다른 의견을 가진 주민들을 공격하고 피해주는 모습을 보고 이해할 수 없었다"며 "후련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던 22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출근도장을 찍던 박 전 대통령의 전담 미용사 정송주·매주씨 자매는 이날 오전 자택을 방문하지 않았다. 집안일을 돕는 가사도우미도 오전 9시가 다되도록 나타나지 않고 있다.
카메라와 촬영용사다리 등 취재 장비를 끌고 나와 자택 앞에 진을 쳤던 취재진들도 속속 철수하고 있다.
그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백명의 경력을 투입했던 경찰은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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