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플린 전 보좌관 특별사면?
【워싱턴=AP/뉴시스】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러시아와 내통설에 휘말려 결국 13일(현지시간) 사임했다. 사진은 지난 1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마이크 펜스 부통령 , 션 스파이서 대변인, 플린 당시 안보 보좌관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모습(왼쪽부터). 2017.02.14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 특별사면 권한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가 대통령 고유 권한을 이용해 한 때 자신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던 플린 전 보좌관을 사면해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사면권한 사용 사례를 집계·분석하는 '파든 파워(Pardon Power)'의 운영자인 P.S. 럭맨 락밸리대 정치학교수는 "짧게 말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이) 저지른 어떤 범죄든지 기간과 상관없이 면죄해줄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플린의 위법행위가 트럼프가 대통령이 아니었던 시점에 벌어졌다고 해도 이를 사면해줄 수 있다. 심지어 그 사면시기가 플린에 대한 유죄선고가 내려지기 전에도 이뤄질 수 있을 뿐만아니라 특정 혐의에 대해서가 아닌 '일괄 사면(Blanket Pardon)'도 가능하다.
즉 만약 트럼프가 플린이 기소되기 전부터 사면권한을 사용하면 그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커넥션'에 대한 조사 역시 즉시 중단돼 실태가 상당 부분 묻힐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사면권한을 사용할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럭맨 교수에 따르면 대통령이 사면할 수 없는 범죄는 그 사건이 연방정부나 워싱턴D.C가 있는 컬럼비아 특별구 관할에 속하지 않은 것뿐이다.
럭맨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임 대통령의 모든 죄를 사면해 준 것을 꼽았다. 그는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이 일괄 사면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흔하다고 말할 수 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큰 뉴스거리가 될 정도로 파격적인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에게 일괄 사면 권한을 행사하려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탄핵하는 방법뿐이다. 차기 대통령이 사면을 무효화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관례상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과연 그가 사면 권한을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취임 초기에 '러시아 커넥션'같은 대규모 사건에 연루된 플린을 풀어주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 오명을 남길 수 있다. 특히 그 의혹이 트럼프 캠프의 전반적인 러시아 내통설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사면 권한을 사용하는 것이 마치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나을 수 있기 ??문이다.
럭맨 교수는 "역풍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대통령은 플린 사태와 같은 일에 사면권한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는 대부분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는 이미 여러차례 예상을 깨고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일을 해왔다. 그는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하겠다' 스타일의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플린의 사임을 권고한 뒤에도 그를 옹호해 왔다.
그는 지난 3월31일 트위터를 통해 "마이클 플린에 대한 조사는 '마녀 사냥'이기 때문에 면죄권을 요청해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이 트윗을 그를 면죄해줄 수 있는 의향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세르게이 키슬야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대러 제재해제 등에 대해 부적절한 접촉을 이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밖에도 러시아 공영기업들로부터 수억 달러를 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터키로부터 돈을 받고 백악관 신원조회 서류 'SF86'에서 그 사업관계에 대해 축소보고해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도 속속히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플린 전 보좌관이 트럼프 캠프 러 내통 의혹을 조사 중인 미 연방수사국(FBI)과 상·하원 정보위원 관계자들에게 진술할 테니 자신은 기소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느 기관도 플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