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등반가 3명 사망·1명 실종 '참사'…'힐러리 스텝' 붕괴
네팔 당국은 이날 미국 앨라배마의 현직 의사이자 등반가인 롤런드 이어우드, 슬로바키아 등반가 블라디미 스트르바, 호주 등반가 프란체스코 엔리코 마르체티가 사망하고, 인도인 등반가 라비 쿠마르가 실종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우드는 지난 2015년 네팔 대지진 때 현지에 있다가 에베레스트 등반을 중도포기한 적이 있었으며, 2년만인 이번에 재도전에 나섰다가 21일 정상 부근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르체티는 고산병으로 치료를 받다가 결국 숨졌다고 히말라야 타임스는 보도했다. 쿠마르는 20일 오후 1시28분쯤 정상을 밟는데 성공한 후 하산하다가 탈진해 실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셰르파인 텐디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날씨가 좀 나빴다. 특히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그런데 등반가들이 피할 곳이 적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21일에만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사람이 약 60명이나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이미 2명의 등반가들이 사망한 바있다. 따라서 이번 사고로 올해 사망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에베레스트 등반로의 과밀집 현상으로 인한 대형 참사 발생 문제는 수년전부터 지적돼왔던 것이다. 네팔과 중국 정부는 올해에만 외국인 375명에게 등반 허가를 내준 상태이다. 이는 1953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등반자 숫자 규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엄청난 재정수입을 꼽고 있다. 에베레스트 등반자가 네팔 또는 중국 당국에 지불해야 하는 등반료는 1인 평균 약 2만5000달러로 등반대 규모에 따라 등반료는 달라진다. 이뿐만 아니라 셰르파, 산소탱크 사용료, 각종 기자재 비용 등을 합치면 전체 원정비용은 10만 달러 안팎으로 급등하게 된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네팔과 중국 정부로서는 등반가들이 현지에서 쓰는 돈이 엄청난 수입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에베레스트가 '극한 스포츠'를 즐기는 부호 아마추어 등반가들의 '테마파트'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에베레스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경우 등반로에 정체현상이 빚어져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될 경우 고소증세를 겪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기상까지 갑자기 악화되면 대형 참사가 벌어지기 쉽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BBC는 21일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의 유명한 '힐러리 스텝' 구간이 2015년 지진으로 붕괴돼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등반가 팀 모즈데일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에서 자신이 난 16일 에베레스트 등반 때 '힐러리 스텝(계단)'이 붕괴돼 있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힐러리 스텝'은 에베레스트 정상 바로 밑의 바위 구간을 가르키는 것으로, 세계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이름에서 따왔다.
등반가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바위 보다는 눈이 쌓인 경사면을 오르는데 더 쉽기 때문에 힐러리 스텝 붕괴로 정상 도전이 더 편해진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등반가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병목 현상이 생겨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록 고산병이 악화될 수있고 기상이 갑자기 악화하면 피해가 커질 수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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