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조기영 부부, 시처럼 아름다운 삶의 순간들
"연애 3년차에 내 병을 알게 된 그녀의 마음에도 그런, 전혀 다른 감정들이 교차했으리라. 사랑으로 얻었던 기쁨과 연인의 희귀한 질병과 연인으로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당위와 당위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사랑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진 미로들을 고통스럽게 바라보며 번민했을 그녀의 마음을 헤아릴 때마다 마음이 시리다."(344쪽)
고민정(38) 전 KBS 아나운서와 시인 조기영(49) 부부가 '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를 냈다.
3년의 준비 기간 끝에 시처럼 아름다운 언어로 써내려간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하나의 반짝이는 존재로 생의 의미를 깨닫기까지 서로의 삶에 등불이 되어준 부부는 항상 가슴속에 시를 품고 삶을 대했다.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애달픈 기다림과 사랑으로 얻었던 기쁨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모진 시간과 그 운명에 맞서야 했던 시련 속에서 이들을 버티게 했던 것은 올바른 삶에 대한 확신과 지나온 삶이 말해주는 사랑의 가치였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이 있다. 사랑은 대개 완벽한 모습보다 완벽해지려 노력하는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래서 사랑은 성공의 결과처럼 완벽한 모습보다 과거의 나를 깨고 나오려는 과정을 통해 보다 선명하게 본연의 모습을 드려내곤 한다. 어떤 의미에서 사랑은 자신의 발견이고, 자신을 깨려는 노력인 것이다. 사랑이 모두 다른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어쩌면 매 순간 과거의 나를 깨고 나오려 노력하기 때문일 것이다."(344쪽)
고씨는 프롤로그에서 "스물 한 살, 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했다"며 "그는 가난한 시인이었다. 고급 스테이크 대신 1500원짜리 국밥을 먹었고, 뾰족한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었다. 그가 살던 작은 옥탑방에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그를 평생 시인으로 살 수 있게 해주고 싶었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다"며 "그는 강직성척추염이라는 희귀병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에도 그가 그저 나와 똑같이 걸을 수 있기만을 바랐다. 그 병은 나를 흔들리게 한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난 시인의 아내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368쪽, 1만5000원,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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