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가습기 살균제' 신현우 2심서 징역 6년···존 리 무죄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져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07.26. [email protected]
신현우 징역 7년→6년···존 리 증거부족 또 무죄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된 신현우(69)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 6년으로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영진)는 2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 전 대표의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존 리 전 옥시 대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원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신 전 대표 등이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물질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았다며 업무상 과실을 유죄로 인정했고, 인체나 아이에게 안전하다는 표시를 거짓으로 한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폐질환으로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초유의 비극적 사건"이라며 "이들은 눈앞의 수익에 급급한 나머지 소비자들의 안전을 외면한 채 강한 흡입독성이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고, 이 사건에서 유죄로 인정된 피해자만도 154명이며 추가로 사망자가 얼마나 생길 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학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 대표와 연구원들로 고도의 주의 의무를 가져야 함에도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충분한 검증을 해보지도 않은 채 막연하게 인체에 안전할 것이라고 안이하게 믿었다"며 "일부는 라벨에 '아이들에게도 안심'이라는 등 거짓 표시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료물질에 대한 흡입독성시험 등 안전성 검증을 철저히 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사망 또는 상해가 발생하지 않거나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은 원인도 모른 채 호흡곤란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사망하거나 중한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고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의 크기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수가 100여명이 넘고 향후 이 같은 비극적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어떤 사건보다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했을 당시에는 제조회사가 안전성 자료를 제출해 유해성 심사를 신청할 의무가 없었다"며 "인체에 유해하다는 생각을 못하고 가족 및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줬고 일부 피고인은 딸이 사망하는 참담한 결과가 일어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져 대표(현 구글코리아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영진)는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존 리 전 옥시 대표에게 증거 부족을 이유로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2017.07.26. [email protected]
이어 "피해자에 대한 배상에 적극 노력하며 공소 제기된 피해자 중 92%와 합의가 됐다"면서 "특별법 제정으로 피해자들이 구제급여 등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고 가습기 제품 판매 기간 및 수량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또 무죄가 선고된 존 리 전 사장은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한지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전성 결함이 있다거나 '아이에게 안심 문구' 등 거짓 표시 광고를 알 수 있었음에도 업무상 과실을 했다고 인정하기에는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함께 기소된 또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세퓨의 오모 전 대표는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 세퓨 법인은 벌금 1억5000만원이 선고됐다.
옥시 연구소장 출신 김모씨와 조모씨도 각각 원심보다 낮은 징역 6년, 징역 5년을, 옥시 연구원 최모씨도 징역 4년이 선고됐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옥시에 납품한 한빛화학 대표 정모씨는 금고 3년에 집행유예 5년, 원료물질을 납품한 이모씨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밖에 신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 등이 '인체에 안전한 성분 사용',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판매대금을 가로챘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상습사기 혐의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과 같이 무죄로 인정했다.
신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 등은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면서 흡입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앞서 1심은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며 신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충분한 검증 없이 막연하게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다"며 "제품 라벨의 내용을 신뢰해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하고 사용한 피해자들이 숨지거나 중한 상해를 입는 등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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