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직 수행능력, 北 미사일·하비 사태로 시험대
【오스틴( 미 텍사스주) = 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29일(현지시간) 텍사스주도 오스틴의 비상재해대책본부에서 수해 현황에 대해 듣고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 내부는 물론 자신이 지명한 각료 일부와 집권 공화당과도 갈등을 빚으면서 35%라는 최악의 지지율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개의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이를 극복해낸다면, 지금까지 자신에게 제기됐던 의구심을 떨쳐내고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과시할 수 있겠지만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들도 무척 많은 것이 사실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애리 플라이셔는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텍사스 방문과 관련해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대통령이 나중에라도 꼭 말해주기를 바랬지만 트럼프는 하지 않았다. 그것은 하비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대통령의 공감이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먼저 대통령은 이를 이야기하고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복구를 돕는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도 아직도 폭우가 그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텍사스주를 방문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과거 카트리나 재난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이 연방재난관리청장에게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성급하게 칭찬했다가 역풍을 맞은 것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도 트럼프는 "모든 선택 방안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말했지만 얼마 전 그가 말했던 "분노와 화염"에 직면할 것이라는 반응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은 김정은이 국제사회에 대해 정면 도전을 선언한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을 능멸한 것이자 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위기는 대통령에게 자신의 지도력을 발휘해 미 국민들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공화당의 전략가인 더그 헤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는 그가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등을 돌리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가 이번 2개의 위협을 큰 문제없이 해결한다 하더라도 신뢰를 회복하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바꾸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스틸 공화당 전국위원회 전 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현 위기에 대응해나갈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스틸 전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처음부터 잘못 됐다며 이를 바로 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대응만 보더라도 대통령의 대응에 일관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분노와 화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지 2주 만인 22일 "북한이 미국에 존경을 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가 얼마 되지 않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되고 말았다.
휴스턴 라이스 대학의 더글러스 브링클리 교수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가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중요한 자질은 위기의 순간에 국가를 하나로 단결시키는 것이다.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은 국민과 국가를 보살피는 화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브링클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텍사스주를 찾은 것은 당연히 잘 한 것이지만 그 와중에도 애리조나주의 조 아파이오 보안관을 사면한 것이나 밀워키 카운티의 보안관 데이비드 클라크의 자서전에 대한 글을 트위터 등에 올리는 냉담함을 보임으로써 트럼프는 텍사스 방문의 효율성을 스스로 깎아내렸다고 지적했다. 공감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림으로써 도덕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다중성 때문에 미국 외교가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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