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정말 힘들다"…이란서 高물가·실업률 원성 자자
【 테헤란(이란) = AP/뉴시스】 지난 해 12월 30일 테헤란 대학에서 한 대학생이 최루탄을 발사하는 이란 대테러 경찰부대를 향해 항의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보자 사진).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사는 게 정말 힘들다" 이란에서 2009년 이래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일주일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혹독한 경제난에 대한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파르자네흐 미르자이(42)는 AFP통신에 "물가가 너무 높아 부담스럽다. 남편이 공무원인데도 겨우 먹고 살 만큼 돈을 번다"고 토로했다.
미르자이는 "친척 여럿이 카펫 제조 공장에서 근무했지만 최근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며 "공장 주인이 카펫 만들 실을 구매할 돈이 없다고 직원들을 모두 해고했다.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시위는 지난달 28일 이란 북동부에 위치한 제2의 도시 마슈하드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실업률 12.6%, 물가 상승률 10%에 이르는 열악한 경제 환경에 항의하는 시위였지만 점차 하산 로하니 정권으로 화살이 집중됐다.
로하니 정권이 2015년 7월 국제사회와 핵협정을 타결하면서 이란 경제에도 햇빛이 드는 듯했다. 이란은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중단하고 서방은 대 이란제재를 해제하기로 약속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4%에 달하던 이란의 연간 인플레이션이 10% 수준으로 떨어지고 올 초까지 4.2% 경제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지만 서민들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많은 이들이 일자리 부족과 생활수준 악화에 신음하고 있다.
유럽 싱크탱크 CARPO의 아드난 타바타바이 공동 창립자는 CNN머니에 "전문가 시각에선 로하니 행정부가 이란 경제 성장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사회정의가 조성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불만의 목소리가 큰 계층은 청년들이다. 15~29세 사이 이란 청년들의 실업률은 24%에 달한다. 특히 도시에 사는 청년들과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전전하고 있다. 아예 해외로 떠나버리는 고학력층도 늘어나고 있다.
로하니 정권이 지난달 공개한 재정 운용 계획은 시민들의 분노에 더욱 불을 질렀다. 정부는 식료품 등 생필품과 빈곤층 지원 예산을 줄이고 연료 가격을 많게는 5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소장은 이번 반정부 시위의 주된 원인을 이란인들의 생활 수준 악화로 지목하며 "종교 기관과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이 압도적으로 많게 나타나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고 말했다.
이란 핵협정이 예상 만큼 큰 경제 성장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제재 완화로 석유 수입이 늘고 관광업이 증진되긴 했지만 비석유 부문의 성장과 외국인 투자는 여전히 미미하다.
타바타바이는 "로하니 대통령은 협정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기대치를 매우 높여 놨다"며 핵협정에도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자 좌절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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