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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핫이슈]美국무 2차 방북에 北억류자 석방·북미회담 일정 확정

등록 2018.05.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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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앞두고 숨가빴던 한주…억류자 석방 한 편의 TV 쇼 같아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0일 방송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과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을 논의했으며, 억류된 미국인들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미국으로 귀국했다. 2018.05.10. (출처=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0일 방송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과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을 논의했으며, 억류된 미국인들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미국으로 귀국했다. 2018.05.10. (출처=조선중앙TV 캡처)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번주는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판이 완전히 짜여진 한주였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두번째 북한을 방문하고, 평양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이 석방됐으며, 오는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키로 최종 확정했다.

 이 모든 일들이 참으로 숨가쁘게 진행됐으며, 특히 억류 미국인 3명의 귀국 환영식은 잘 짜여진 한 편의 TV 쇼와도 같았다.

 ◇ 폼페이오 방북…정상회담 날짜·장소 확정에 미국인 3명 석방

 폼페이오 장관은 9일 북미정상회담 세부사항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 두번째 방북했다. 미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들과 국무부 차관 등을 대동했고,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기자도 함께 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밤 늦게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 757기인 C-32A에 탑승했다.

 출발할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기내에서 미국인 3명을 데려올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아무런 보장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평양에서 만날 북한 당국자들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동행한 기자들은 지난 4일 오후 북한 방문을 단지 한번만 방문하기 위해 특별 허가 승인 도장이 찍힌 1페이지짜리 새로운 여권을 발급받으라는 전화를 미 당국자로부터 받았다. 미 국무부는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국자로부터 출발 통보를 받으면 즉시 떠날 수 있도록 작은 가방을 준비하라는 설명을 듣기도 했다. 물론 방북 예정이라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사전에 말해서는 안된다는 명령도 받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3일 뒤 북한으로 출발하기 4시간 전에 국무부는 기자들에게 오늘 밤 방북한다고 통보했다. 폼페이오 장관 일행이 탑승한 비행기는 알래스카와 일본에서 급유를 하면 거의 24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한 것이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을 데려올 것이라는 힌트는 탑승객 중에 내과 의사와 정신과 의사, 새로운 여권 발급 권한이 있는 영사 서비스 담당 국무부 차관이 포함된 것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북미정상회담 계획 대한 일반적인 내용들을 말했지만, 억류 미국인 3병 석방에 관해선 모호하게 말했다. 그는 북한이 정상회담을 하기 전 그들을 석방하면 "훌륭한 제스처"가 될 것이라면서, 다시 그들이 "올바른 일을 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 일행은 9일 평양에 도착한 뒤 고려호텔에 머물렀다. 그 곳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만났고, 오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오찬에는 철갑상어, 거위, 랍스터, 스테이크, 잣죽, 콘 차우더, 바나나 아이스크림 등이 나왔다고 한다.

 오찬이 끝난 뒤 국무부 한 관리는 기자들에게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오후 4시에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들은 동행할 수 없었고, 폼페이오 장관은 오후 5시30분에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고 한다. 미국인 석방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은 웃으면서 행운을 빌었다(crossed his fingers)고 한다.

 그리고 15분 뒤 국무부 관리가 석방 소식을 기자들에게 전했다. 복수의 북한 당국자들이 폼페이오 장관을 찾아와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라면서 3명의 미국인 억류자들의 "사면"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앤드루스 공군기지=AP/뉴시스】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김동철씨(오른쪽 두번째)가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리며 양 팔을 올려 두 손으로 승리의 브이(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그 모습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18.05.10

【앤드루스 공군기지=AP/뉴시스】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김동철씨(오른쪽 두번째)가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리며 양 팔을 올려 두 손으로 승리의 브이(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그 모습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18.05.10

폼페이오 장관 일행이 탄 비행기는 이날 오후 8시 40분께 석방된 억류자들을 태우고선 이륙했으며, 10일 오전 2시42분(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3시 42분)께 미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 한 편의 TV 쇼와 같았던 환영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석방된 미국인들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직접 맞았다.

 새벽 2시42분 두 대의 소방차가 마주 보며 사다리를 높이 세운 뒤 그 사이에 초대형 성조기를 내걸었다. 그 앞으로 한 대의 비행기가 천천히 어둠을 가르며 다가와 성조기를 배경으로 멈춰 섰다. 약 10분 후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손을 잡고 계단을 통해 비행기 위로 올라갔다.

 새벽 3시께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김상덕·김학송씨가 손을 치켜들고 V자를 그리며 비행기에서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박수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획한 억류자 환영식 본방송은 그야말로 떠들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북미정상회담은 "매우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김정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만나기 전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나는 정말로 그가(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엇인가를 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자신의 나라를 진짜 세계(real world)로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이것(북미정상회담)이 매우 큰 성공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결코 없었고, 이 같은 관계는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새로운 발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위대한 일이 일어날 수 있고,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며 "미국인 3명 석방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역설했다.

 3명 석방이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이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할 때(가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방문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언젠가(one day)엔 그럴 수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억류 미국인 3명 환영사에선 "이것은 정말로 위대한 3명의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밤"이라며 김동철, 김학송, 김상덕(토니 김) 씨를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이것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됐다"며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0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과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을 논의했으며, 억류된 미국인들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미국으로 귀국했다. 2018.05.10.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0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과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을 논의했으며, 억류된 미국인들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미국으로 귀국했다. 2018.05.10.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트럼프 대통령이 김동철씨에게 느낌이 어떠냐고 묻자, 김씨는 한국어로 "꿈을 꾸는 것 같고 우리는 매우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러가지 다른 방식으로 대우를 받았다"면서 힘든 노동에 강요받았지만, 병이 들었을 때 북한 사람들로부터 치료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식물인간 상태로 북한으로부터 석방된 뒤 일주일 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가족들에게 "가장 따뜻한 존경"을 보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6월12일 북미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은 환영식이 끝나고 몇 시간 뒤 오는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미북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 둘 모두 이번 회담을 세계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그 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9일에는 내각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 및 장소에 대해 "2~3일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확인하며, 회담 개최지에 대해서는 "한국의 DMZ(판문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 관리들이 싱가포르를 선호하는 첫번째 이유는 지리적으로 미국과 북한 모두가 접근하기 쉽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일찌감치 평양을 후보지에서 제외한 데다가 이번에 판문점까지 제외한 만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용기를 타고 중간 급유없이 제3국으로 가려면 거리상 싱가포르가 적절하다는 것이다.

 둘째, 싱가포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사관을 두고 있는 국가로 중립국 이미지가 강하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들 모두 북한과 수교관계를 맺고 있지만,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친북한 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 필리핀은 친미성향 국가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는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거부감이 적은 국가로 꼽힌다.

 세번째, 싱가포르는 친 중국 성향 역시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다. 작은 규모의 국가이지만, 싱가포르는 리콴유 전 총리 시절부터 미국 등 서방과 중국, 북한과 한국을 넘나드는 외교 강국으로 평가받아왔다. 중국계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는 1990년에야 수교했을 정도로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리셴룽 총리가 대대적인 수행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하나의 중국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번째, 싱가포르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회의를 개최하는데 경험이 많은 국가이다.다자회의는 물론 역사적 의미를 갖는 은밀한 양자회담도 여러번 유치한 경력이 있다. 이는 싱가포르가 외교 강국인데다가, 강력한 경찰국가로서 보안 유지가 철저하다는 점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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