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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변론권 보장도 '묻지마 반대'…'대한변협 압박' 문건

등록 2018.07.31 15: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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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법원행정처 작성 '대한변협 압박방안'

"변협 추진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반대하자"

"상고법원 반대하니 변협 중점 사업에도 불이익"

"변협 압박하고 제재할 다양한 방안 검토 필요"

변호사단체에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 대응 전략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협조하지 않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압박을 위해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반대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승태 행정처'는 이 안에 변호사 선임 형편이 되지 않는 이들에게는 국선대리인 등을 선임해주자는 내용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 같은 기조를 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31일 대법원이 추가로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 문건 중 2014년 9월1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대한변협 압박방안'에는 대한변협 신문 광고 게재 중단 등 기존에 알려진 것들 외에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 반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처는 당시 이를 '추진 가능' 항목에 넣어놨고 "최근 대한변협 회장단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에 대해 대법원 차원에서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피력함"이라고 적었다.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는 민사소송에서도 일정 사건의 경우 형사사건처럼 변호사 선임을 의무화하자는 것으로 재판 당사자들의 변론권 실현, 재판청구권 보장 등이 취지이다. 독일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다.

 변호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실현되지 못하다가 현 김현 변협 회장이 취임하면서 역점 사업으로 내걸었다.

 변협이 추진한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내용은 ▲대법원 상고사건 또는 지방법원 제1심 소액사건의 적극적 당사자(원 고)부터 단계적 실시 ▲변호사를 선임할 자력이 없는 사람의 경우 국선대리인 또는 공선대리인 선임 등이다.

 그러나 '대한변협 압박방안' 문건에는 국내 소송구조 분석 등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를 반대해야 하는 객관적 근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행정처는 '기대 효과'라면서 "대법원 추진의 상고법원 안에 대한 반대의견 고수 시 대한변협 중점 추진 사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각인 효과"라고 밝혔다.

 대법원이 추진하는 상고법원 방안을 대한변협이 계속 반대하면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대응하자는 얘기다.

 주목되는 사실은 당시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에서도 소송구조 활성화와 관련해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 도입에 호의적이었다는 것이다.
 
 행정처는 이를 반대에 대한 외부 지적이 가능한 요소로 보면서 "사법정책자문위원회에서 논의된 것은 무자력 요건 완화를 통한 소송구조 활성화를 전제로 한 논의"라며 "고등법원 이상의 사건의 범위를 넘어 지방법원 제1심 소액사건까지 필수적 변론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변호사의 권익보호에 가까운 제도임을 강조"라고 적었다.

 행정처는 이 문건에서 "대법원은 그 동안 법조3륜의 한 축인 대한변협과의 신뢰·협력 관계의 복원을 위해 지속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그러나 대한변협은 2014년 8월25일 변호사대회에서 대법원과의 사전협의를 무시하고 대법관 증원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대법원의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도 이제는 화해적 시도와 노력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대한변협을 압박하고 제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적나라한 반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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