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천상의 하모니, 천하의 귀 호강···정경화·조성진 듀오무대
두 연주자가 1일 오후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펼친 듀오 콘서트는 46세라는 할머니와 손자뻘의 물리적인 나이 차가 무색한, 지음(知音)이 공을 들여 세공한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무대였다.
6년 만에 합을 맞춘 두 사람은 콘서트를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최고의 무대를 꾸미고 싶다'는 바람으로 지난달 30일로 예정한 간담회 날짜도 뒤로 미뤘다. 연주에 집중한 결과, 최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연주하는 악기는 다르지만, 정경화는 조성진이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오래 전부터 그의 멘토였다. 정경화의 소개로 피아노 거장 라두 루푸에게 조언을 청할 수 있었고, 역시 정경화의 소개로 쇼팽 스페셜리스트인 케빈 케너로부터 레슨도 받았다. 정경화는 2012년 자신의 독주회에 조성진을 부르기도 했다.
이후 처음 무대 위에서 합을 맞춘 두 사람은 후반부로 갈수록 차진 호흡을 보여줬다. 정점은 본 공연 마지막 프로그램인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였다.
지난 6월 정경화의 리사이틀 연주와 비교해 듣는 즐거움도 있었다. 당시 정경화는 이 곡을 케너와 연주했다. 정경화가 '영혼의 동반자'로 부르는 케너와의 호흡은 편안하고 부드러웠다. 반면 조성진과 들려준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는 감정의 등고선이 심해 좀 더 활력이 넘쳤다.
이날 공연은 처음 예고됐던 프로그램에 한 곡이 추가 됐다. 조성진이 첫 곡으로 바흐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를 연주하며 몸을 풀었고, 정경화에게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을 줬다.
이후 정경화와 조성진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7번과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1번으로 호흡의 찰기를 예열했고,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점성을 최고조로 만들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노년과 젊음, 정열과 열정, 여유와 감성 등 언뜻 얽히지 않을 듯한 요소들도 가득한 두 사람의 음들은 연주가 끝나자 여름 덩굴처럼 엉켜 있었다.
조성진이 '이제 쇼팽을 안 하겠다'고 했지만, 정경화가 하자고 '졸랐다'는 쇼팽의 녹턴을 시작으로 앙코르 세 곡이 흘러나왔다. 마지막은 엘가의 사랑의 인사. 정경화의 시그니처 곡으로, 조성진과 함께 정갈하게 음을 연주해나가는 그녀의 활은 언제나처럼 신선했다. 음악은 그렇게 오래되고 새롭다.
고양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정경화와 조성진은 2일 구리, 4일 울산, 5일 진주, 6일 여수, 8일 강릉을 돈다.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치는 마지날 공연에서, 두 연주자의 합은 어느 경지까지 이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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