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안정' 명분 그린벨트 해제 또다시 가능할까
박정희 정권시절 인구집중대책으로 첫 도입
작년말 3846.4㎢ 존치…1971년 대비 28.7%↓
수도권 과밀화 해제 요구…DJ때 해제 급물살
서울시 '그린벨트 최후의 보루' 반대…집값상승 우려도
박정희 정권이 1964년 내놓은 '대도시 인구집중 방지대책'에서 시작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문제는 이후 정권마다 나오는 개발론에 떠밀려 매년 감소하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전국의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3846.3㎢로 당초 지정 면적 5397.1㎢에 비해 28.7%(1550.8㎢) 감소했다. 같은기간 서울(167.9→150.7㎢)을 포함한 수도권도 1566.8㎢에서 1409.7㎢로 10.0%가 줄었다.
개발제한구역이 첫 지정된 것은 1971년 7월30일로 서울 광화문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경 15㎞내에 1~9㎞ 크기의 원형태로 총 160.7㎢, 경기도 293.5㎢ 등 수도권 454.2㎢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이후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과 난개발을 막고 도시주변의 환경을 보전하자는 취지에서 수도권을 시작으로 총 8차례에 걸쳐 부산권, 대구권 등 14개 권역에 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을 서둘렀다. 마지막 여수권에 대한 지정이 끝난 1977년 4월에는 서울과 수도권 1566.8㎢(전체의 29%)을 포함해 전국 5397.1㎢의 면적이 개발제한구역이 됐다. 전 국토 면적의 5.4%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때마다 개발제한구역내 규제 완화 요구는 거셌다.
전두환 정권은 1982년 개발제한구역내 건축행위에 대한 제도개선을 통해 규제 완화에 나섰으며 도시 개발제한구역내 축구장 등 체육시설과 공원·녹지를 조성했다. 특히 5대 도시 개발제한구역을 연차적으로 해제해 골프장, 체력단련장, 관광농원, 민속공예촌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건설부(현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보류됐다.
정부가 실제로 그린벨트 해제에 나선 것은 노태우 대통령때다. 당시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체육·휴식공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규제의 턱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 상계동 불암산공원 등 전국 30곳 약 3.7㎢ 부지(약 112만평)에 미사리 조정경기장, 과천 경마장시설, 태릉선수촌, 제주도 공성운동장, 진해시 선수전지훈련장 등 생활체육시설 개발 계획이 잡혔다. 정부의 개발제한구역 '무조건 고수' 원칙도 이때 '제한적 활용'으로 선회됐다.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부 들어서는 시민과 지자체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요구가 절정을 이뤘다. 서울 등 도심 인구과밀화 등으로 학교, 쓰레기 소각장과 주차장, 주유소 시내버스 차고지 등 도시 인프라 부족 현상을 빚었다. 강남·서초구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개발제한구역 규제 완화에 나섰고 이후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때 그린벨트 해제가 가속화됐다. 김대중 정부는 당시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외국인 투자와 서민 주거안정을 목표로 수도권 입지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면서 역대 정부중 가장 많은 면적을 해제했다.
국토부에서 발간한 '개발제한구역 40년 백서'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의 '개발제한구역 관리체계 개선에 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해제된 면적은781㎢에 달한다.
노무현 정부 역시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2번째로 많은 654㎢를 해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 일대를 포함해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서민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2012년까지 총 100만 호를 짓기로 하는 주거안정 대책을 추진하면서 신규 택지지구 공급이 시작됐지만 오히려 집값이 뛰며 역풍을 맞았다.
이어 '녹색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이명박 정부(75.18㎢)도 보금자리주택 공급 정책 등을 통한 그린벨트 해제를 계속했고 박근혜 정부도 민간기업형임대주택 '뉴스테이' 정책을 추진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지속했다. 이명박 정부말 2012년 3886.6㎢였던 그린벨트 존치면적은 2016년말 3853.8㎢로 32.8㎢ 줄었다.
문재인 정부도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중이다. 구치소 옛 부지, 철도차량기지 등도 검토 대상이지만 주택공급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택지조성에 시간이 걸리는데다 주민 반대가 만만찮아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초구(23.9㎢), 강서(18.9㎢), 노원(15.9㎢), 은평(15.2㎢), 강북(11.7㎢), 도봉(10.2㎢) 등 개발제한구역 면적이 넓은 지역순으로 개발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 40년간 개발제한구역의 28.7%가 풀려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고 지난 정부에서도 공공택지 공급이 오히려 투기 심리를 조장해 집값 상승의 빌미를 제공했었다는 점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특히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 마지막까지 고민해야할 영역"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토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은 지난 2016년부터 면적 30만㎡ 이하에 대해 해당 시도지사에게 위임됐지만 기본적으로 국토부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는 "만약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파국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어 오는 21일 공급대책 발표전까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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