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제도개선안, 보험료율에 '발목'…文대통령 "국민눈높이" 강조
文대통령, 복지부 중간보고에 "재검토하라" 지시
보험료율 인상안 유력했지만…복지부, 수정·보완
1988년 '3%'→1998년 '9%' 이후 20년째 제자리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권구훈 신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에 참석하고 있다. 2018.11.07.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7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그동안 수렴해 온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하되, 국민들의 의견이 보다 폭넓고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수정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복지부가 준비해 온 국민연금 제도개선안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게 문 대통령 생각인데, 여기서 눈높이란 '보험료율 인상' 부분을 말한다.
'어느 부분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보험료 인상이 제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문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현재 노후소득 보장과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소득대체율 40~50% 수준에서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최고 15%까지 올리는 복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진다.
월급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을 예로 들면 사업주와 절반씩 부담하는 국민연금 보험료가 지금은 13만5000원인데, 인상률 적용 시 최대 22만5000원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국민 눈높이' 주문은 보험료율이 인상될 거란 언론 보도 이후 보험료 증가에 대한 불만 여론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소득대체율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폭이나 시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기금 소진 시점이 2057년으로 5년 전 재정계산 때보다 3년 앞당겨진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지난 8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도 보험료율 2~4.5%포인트 인상안을 내놨다. 하나는 소득대체율을 올해 수준인 45%로 고정하면서 보험료율을 즉각 9%에서 11%로 2%포인트 올리는 안이며, 다른 하나는 지금과 같이 2028년까지 40%로 낮추되 보험료율은 10년에 걸쳐 13.5%로 4.5%포인트 단계 인상하는 방안이었다.
당시 제도발전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은 두 가지 안을 제시하며 "개혁 지연시 후세대 부담이 가중돼 세대간 형평성을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을 늦출 수 없다", "사회경제적 수용성과 연기금 완충효과 등 고려해 보험료율 조정수준과 조정 속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냈다.
저출산 현상에 따라 보험료를 낼 가입자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반면, 고령화로 연금 지급 기간은 늘어나는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 개혁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소득의 9%였으나 초기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3%로 낮춰 출발한 보험료율은 이후 5년마다 상향조정돼 1998년 9%까지 올랐다.
이후 제1차 개혁을 앞둔 1995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은 12.65% 인상안을 제안했으나 1998년 김대중 정부는 9% 유지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07년 2차 개혁을 앞두고 2006년 노무현 정부가 12.9% 점진적 인상안을 제시하자 국회는 보험료율을 9%에 묶어둔 채 소득대체율을 내리는 이른바 '적게 내고 적게 받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제자리를 지키면서 20년가량 9%로 고정된 보험료율은 이번에도 제도 개선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따라 애초 15일 공청회를 열고 정부안 초안을 공개하려던 복지부 계획 또한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의겸 대변인은 "우리 정부가 국회에 보고하는 시점을 11월 말로 잡고 있다"면서도 "대통령 지시가 내려졌으니 일단 일정을 맞춰보려고 하겠으나 검토 시간이 길어지면 국회와 일정을 다시 협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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